의료계가 28일부터 동네병원 전일진료를 하되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 2200원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은 현실적 역량을 고려한 투쟁 장기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는 폐업에 지친 병의원들의 경영에 숨통을 틔워주고 의료계 폐업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을 돌려놓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진료를 하면서 환자와의 대화시간을 갖고 홍보물을 전달하며 국민 서명운동도 받겠다는 것.
나아가 의약분업의 불편 사례를 모아 문제점을 부각시킨다는 적극적인 전략도 고려됐다.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이를 위해 일일 처방 및 모든 주사제의 원외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처방전을 한 장만 발행키로 하는 내용의 세부지침을 이날 내려보냈다.
그러나 의협의 무료진료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불투명하다. 오후 무료진료 첫날인 23일과 24일 오전 폐업률이 7.1%, 3.0%(정부 통계)에 불과했으며 문을 연 상당수의 의원들도 돈을 받고 진료했다.
전일 무료진료에 대한 일선 병원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우선 무료진료라고 해서 환자들이 호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무료진료 첫날인 23일 돈을 받지 않은 병원 대다수는 “환자들이 당황하면서 돈을 내려고 하기에 아예 무료진료 간판을 떼어버렸다”고 말했다.
본인부담금을 모아 투쟁기금으로 내겠다는 병원도 있다. 서울 마포구의사회는 무료진료 첫날 상황이 순조롭지 않자 아예 투쟁기금 모금으로 방향을 바꿨다. 마포구 D소아과 김모원장(39·여)은 “돈을 안 받는다고 환자들이 고마워하는 것도 아니더라”라며 “그렇다고 병원 수입을 늘리는 것은 투쟁의 대의에 어긋난다고 생각돼 받은 돈을 투쟁기금으로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의 불참 이유는 경영난과 의협 지도부에 대한 불신. “환자가 끊겨 형편이 말이 아닌데 무료진료는 웬 말이냐”는 반응이다.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면 하루 60명 진료하는 의원의 경우 한달에 350만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는다. 게다가 너무 오래 끈 의료계 폐업으로 본인부담금 면제가 대국민 홍보 효과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
주수호(朱秀虎)의쟁투대변인은 “23일 시작된 무료 단축진료의 경우 명확한 지침 없이 각 지역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실시토록 했기 때문에 참여율이 다소 떨어졌다”면서 “28일부터 실시되는 종일 무료진료는 사전에 홍보를 충분히 하고 통일된 행동을 위한 세부 지침도 내려보냈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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