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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IBRD연차총회 앞두고 프라하 전쟁터 방불

입력 | 2000-08-23 18:35:00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연차합동 총회를 한달여 앞둔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지금 격전을 눈앞에 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4월 미국 워싱턴 합동총회에 이어 구 공산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경제관료 기업인 등 세계 180개국에서 1만8000여명이 참가한다. 귀빈맞이에 즐거워해야 할 체코 정부가 고심하는 이유는 2만5000여명의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회의 저지를 위해 프라하로 집결할 예정이기 때문.

체코 언론은 이번 회의가 ‘시애틀의 재판’이 되거나 ‘워싱턴의 악몽’을 되풀이할 것을 우려하는 기사를 연이어 싣고 있다.

세계 각국의 노조 인권 환경단체들은 이미 프라하를 선진국의 노동력 착취와 빈국들에 대한 수탈, 다국적 기업의 환경파괴를 고발하는 반세계화 축제장소로 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프라하 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체코의 극좌파 12개 단체가 연합한 경제국제화 반대 주도모임은 IMF와 IBRD의 비윤리성을 고발하는 거리연극제를 준비중이고 ‘IMF에 의해 착취당한 집단을 생각하는 48시간 단식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체코 내무부는 반세계화 시위대의 회의가 열리는 9월 마지막 한주 동안 1만1000명의 경찰을 프라하 시내에배치하고 수천명을 무기고 경비에 투입할 방침. 일반 시민들에게 비상식량과 의약품을 비축하고 공공기관 병의원이 문을 닫을 것에 대비하도록 지침도 내렸다.

이 기간에 불심검문과 부분 야간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되며 시내의 모든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진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맥도널드 등 시위대의 표적이 될 다국적 패스트푸드점과 영국 슈퍼체인인 테스코 등은 일찌감치 휴업을 결정했다.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요즘 프라하 시내를 보면 마치 체코가 내전 상황에 돌입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투덜거렸다.

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