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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방문]"전재산 150만원 아들선물에 다 썼죠"

입력 | 2000-08-13 19:19:00


시계 러닝 팬티 운동복 남방 라이터 수건 세수비누….

50년 전 헤어진 큰아들 덕순씨(60)를 만나러 15일 북한으로 가는 김정호씨(90·서울 강서구 가양3동)가 아들에게 줄 선물 목록이다. 김씨는 방북을 이틀 앞둔 13일 남대문시장에서 손수 산 선물들을 하나씩 여행가방에 챙겨 넣으며 즐거워했다.

“얼마나 더 살지도 모르는데 돈은 갖고 있어서 뭘 해…. 아들한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

김씨는 취로사업과 공공근로로 간신히 생활을 꾸려가는 생활보호대상자에다 평양으로 가는 100명의 남측 방문자 중 최고령자. 몇년 동안 힘들게 모은 돈 150여만원을 털어 아들에게 줄 선물과 미화 1000달러를 마련했다.

아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아내와 생사를 모르는 둘째아들 덕실씨(57)의 소식을 자세히 들어야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1·4후퇴 때 가족에게 “곧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하고 고향 평양에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단신 월남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데다 거동마저 불편해 현재 자원봉사자 할머니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김씨의 이런 딱한 소식이 전해지자 386세대의 몇몇 국회의원이 북의 아들에게 선물하라며 금가락지 1개를 마련해줬고 강서구청도 방북자 대기장소인 워커힐호텔까지의 차량편과 선물용 내의 등을 제공키로 했다.

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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