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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개각 새경제팀 진용-정책방향]팀워크 탄탄

입력 | 2000-08-07 23:40:00


새 경제팀이 출범했다. 이 팀은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우리 경제를 끌고 가게 된다. 우리는 지금 상당히 어려운 시점에 있다. 대기업의 잇단 부도와 시장에서의 신뢰상실로 휘청거리고 있다. 새 팀에 많은 국민이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이같은 위기를 속시원히 해결해 달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의 백년대계를 세워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막상 개각의 내용이 발표되자 상당수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그동안 인선의 기준으로 제시해 온 참신성과 전문성 그리고 개혁성 측면에서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금융정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판국에 시장의 신뢰를 받을만한 금융 전문가가 배제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더욱이 지역편중이 더욱 심화돼 현상유지는커녕 오히려 개악된 인사”라고 혹평했다.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팀플레이가 잘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진념 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실제로 리더십도 있다. 경제 장관간의 불협화음으로 시장신뢰를 잃은 전임 경제팀의 시행착오를 의식할 때 소망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개혁의지의 뒷받침없이 팀워크 유지에만 집착해서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지리멸렬한 상황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금융 전문가가 없다〓우선 인선 내용에서부터 문제점이 드러난다. 새 경제장관들 중 팀장인 진념장관을 비롯해 전윤철기획예산처장관 이남기공정거래위원장과 유임이 유력시되는 이기호대통령경제수석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 유일하게 이근영금융감독위원장이 한국투신사장과 산업은행 총재를 지내 금융업무에 경험이 있지만 재무부 시절 세제업무를 주로 다룬 만큼 ‘금융통’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대사태 처리는 물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수술과 2단계 금융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금융에 정통한 경제장관의 부재는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경우 적기 대응의 시기를 놓치는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심해진 지역편중〓지역편중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충남출신인 이금감위원장을 빼면 재경 기획예산 공정위와 대통령 경제수석 등 경제 핵심요직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짜여지게 됐다. 한국투자신탁 사장 시절 해외투자펀드 관리 소홀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이금감위원장과 과거 뇌물을 받은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을 발탁한 것도 잘 이해가 안된다. ▽새 경제팀이 해야할 일〓새 경제팀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는 2단계 기업 금융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이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작업도 늦출 수 없다.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첫 번째 평가 무대는 현대 사태 처리. 개혁을 주창하는 강성장관들이 물러나 현대를 관리하기에 상당한 애를 먹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 측에서도 안도하는 모습. 그러나 원칙은 지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은 “새로운 일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추진중인 개혁과제를 마무리짓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거시경제 운용방향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개혁성 보완이 과제〓가장 큰 약점은 구성원들의 면면이 개혁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점. 진 장관의 경우 기획예산위원장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내면서 상대적으로 공공부문 개혁의 성과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개혁 드라이브의 강도가 이헌재 경제팀에 비해 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의 ‘원칙’과 시장 안정이라는 ‘현실’이 충돌할 경우 어느 선에서 타협할지도 난제.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