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가 어린 공룡 팬들을 사로잡으며 선전하는 가운데 그보다 조금 높은 연령층을 겨냥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엘도라도(El Dorado)’가 12일 개봉된다.
‘엘도라도’는 남아메리카에서 전설로 전해 내려오던 황금도시 엘도라도를 향해 떠난 두 젊은 남자가 겪는 모험의 여정을 그렸다. 스페인 항구도시에서 사기 도박판을 벌이던 툴리오와 미구엘은 도박 끝에 엘도라도로 가는 지도를 손에 넣는다. 사기죄로 쫓기던 이들은 얼떨결에 출항 준비중이던 스페인 군함안에 뛰어들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엘도라도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이들의 앞길도 순탄치 않다.
‘엘도라도’는 자잘한 유머가 곳곳에 포진한 코믹 애니메이션. 두 주인공이 스페인 군함에 타고, 엘도라도에 가기까지의 과정을 스케치처럼 빠른 속도로 그린 앞부분에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표정 연기도 일품. 실제 사람처럼 보이도록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 아닌데도 쓱쓱 그은 듯한 선만으로 이처럼 풍부한 표정을 살려낸 애니메이터들의 솜씨가 돋보인다.
반면 배경 묘사는 정교한 편이어서 툴리오 일행이 작은 보트를 타고 스페인 군함을 탈출한 뒤 폭풍을 만나는 장면은 영화 ‘퍼펙트 스톰’을 연상시킬 만큼 사실적이다. 남미의 열정을 담은 듯 화사한 색채도 이 영화의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 몫 거든다.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툴리오 일행이 적들과 일대 접전을 벌일 거라고 기대한 관객들에겐 결말이 좀 싱거울 수도 있을 듯. 그러나 툴리오 일행이 늘 잔꾀로 위기상황을 돌파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인공들의 성격에 딱 어울리는 결말이기도 하다.
나이에 관계없이 볼 수 있는 ‘전체 연령 관람가’등급이지만 유머의 수준은 20대 이상의 성인에게 오히려 들어맞는 편. 어린이들이라면 좀 지루해할 수도 있겠다. 반면 메시지는 다소 진부해 ‘황금보다 우정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끝맺는다.
배우 케빈 클라인과 케네스 브래너가 각각 툴리오와 미구엘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호연한다. 무엇보다 ‘라이온 킹’으로 함께 아카데미상을 탄 한스 짐머(작곡), 팀 라이스(노래,작사), 엘튼 존(노래)이 다시 뭉쳐 만든 사운드 트랙이 뛰어나다. 월트 디즈니 영화사에서 ‘인어공주’ ‘알라딘’의 애니메이터였던 돈 폴이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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