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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기쁘긴 하지만…호적회복등 복잡

입력 | 2000-07-28 18:33:00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과 교류 확대는 필연적으로 호적을 중심으로 한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복잡한 문제를 낳을 전망이다.

납북된 동생이 북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재환씨(70·서울 동대문구 용두동)가 27일 낸 호적정정신청은 호적문제와 관련한 가장 초보적인 경우. 법조계는 납북됐거나 월남하면서 북에 두고 온 부모 형제 또는 자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들의 호적 회복은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98년 발간한 ‘북한의 가족법’ 연구에 따르면 월북 가족에 대해 사망신고를 한 경우는 ‘호적정정’으로, 실종선고된 경우 ‘선고 취소’ 절차를 밟은 뒤 호적을 되살릴 수 있다.

▼北배우자 호적회복 복잡▼

또 월남한 사람이 남한의 호적을 취득할 때 누락시킨 가족은 ‘추가취적 허가신청’으로, 67년 제정된 부재(不在)선고특별법에 의해 ‘부재 선고’된 가족은 부재선고 취소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다수 의견.

반면 배우자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남한에서 새로 결혼한 사람이 전 배우자의 호적을 되살리려 할 경우 민법이 금지하고 있는 ‘중혼(重婚)’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세 당사자가 전혼(前婚)의 회복을 원하는지, 후혼(後婚)의 배우자가 전혼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전혼자에 대한 남한 내 호적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결국은 민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

▼"이산가족 특별법 서둘러야"▼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전혼을 인정하지 않거나 세 당사자가 모두 원하는 경우에 한해 상속이나 부양청구를 허용하고 그 범위 안에서 전혼의 효력을 인정하자는 의견이 많다. 남북 분단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혼인관계가 형성돼 수십년간 합법적으로 진행됐는데다 두 배우자 중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것.

현행법상 북한 거주민도 호적의 회복을 통해 상속권을 가진다. 그러나 분단이라는 특별한 상황과 남북의 경제제도와 여건을 고려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거주민에 대한 △사례별 상속권 인정 여부 △상속대상과 가액(價額) 제한 여부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除斥)기간 △상속재산의 북한이전 여부 등이 주요 고려대상이다. 김종훈(金宗勳)변호사는 “대법원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가족법 문제들을 이제는 공론화해 공감대를 모아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