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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발명의 역사'/발명史에 관한 좋은 참고서

입력 | 2000-06-30 20:48:00


▼'발명의 역사' G.I 브라운 지음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288쪽 2만원▼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순서대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고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발명사에 관한 좋은 참고서’로 권할만하다. 원제는 ‘The Guinness History of Inventions’. 영국 이튼 칼리지 화학교수를 지낸 저자는 농담 한마디 안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처럼 인류의 발명품, 발명의 메커니즘과 구성요소, 발명가들을 꼼꼼히 설명한다.

그러나 찾아보기에서 원하는 항목을 골라 발췌해서 읽는 방식으로라도 책 속으로 들어가보면 이 책이 종횡으로 얼마나 빈틈없이 직조됐는가를 발견할 수 있다. 9장 운송편을 보자. 저자는 고대 로마인의 도로이야기부터 시작해 18세기 영국의 매캐덤이 발전시킨 ‘매캐덤도로’, 배의 경우는 고대 범선에서 20세기 발명품인 수륙양용의 호버크라프트, 철도는 자기부상열차의 원리까지를 설명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 오토바이 엘리베이터등의 ‘사소한’ 운송수단, 음주측정계 주차미터기 등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는다. 문제의식이 철저히 생활에 잇닿아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도 파악하게 되지만 1951년 흑백의 횡단보도가 그려졌을 때 사람들이 이를 ‘얼룩말보도’로 불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발명가이자 원대한 몽상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노트에는 20세기에야 실현된 비행기 헬리콥터 탱크 낙하산 잠수복등의 거친 스케치들이 담겨 있었다. 텔레비전을 만들었으나 BBC가 경쟁사 장비를 선택하는 바람에 살아서는 불운했던 존 로지 베어드, 코닥필름의 창업주로서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이스트먼음악학교를 세우기도 했던 조지 이스트먼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 등이 토막토막 실려있어 쉬어가게 해 준다.

사실 책을 꼼꼼히 훑어보면 농담 한마디 없는 과학사 강의는 아니다. 매 쪽마다 수업듣기 싫어하는 학생의 낙서처럼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은 어리석은 말이다. 필요는 헛된 궁리의 어머니라는 말이 훨씬 진실에 가깝다’(영국 수학자 A.N.화이트헤드)같은 재치있는 발언들이 실려있으니…. 영국에서 1996년 발간. 과학서 전문번역가 이충호 옮김. 288쪽. 2만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