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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재호/남북화해시대의 리더십

입력 | 2000-06-29 19:27:00


남북 정상회담은 정치적 리더쉽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케 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회담을 성사시켰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회담 이후인데 이를 잘 끌고 나갈 출중한 지도자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회담 이후를 잘 관리하려면 우리는 적어도 세가지의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계층갈등이다. 회담이 계속되고 이에 상응하는 남북관계의 발전이 있게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형태로든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공(反共)시대의 유산 청산,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이나 주한미군, 또는 북한에 대한 지원문제를 놓고 양측의 대립이 격화할 수 있는 것은 한 예다.

다음은 당파적 갈등이다. 정상회담의 시대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회담이 차기 집권경쟁에 한 변수가 된다면 이에 저항할 당파는 나오게 돼 있다. 적당한 예일지 모르나 모 정당이 평양 정상회담에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담의 성공이 특정 당파의 재집권을 도와주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지금 야당이나 앞으로의 야당이 과연 얼마나 성심성의껏 회담을 지지할 것인가.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지역 갈등이다. 정상회담이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권에게 계속 힘을 실어주는 양상으로 발전한다면 다른 지역이 과연 이를 순수하게 용인할 것인가. 불행한 일이지만 누구도 아니라고 말 못한다. 이런 현실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정인이 보기 싫어서 회담중계를 보다가 TV 채널을 돌려버리는 사람이 혹 있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국민의 총체적 에너지를 모으기는 어렵다.

이런 세가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모두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헌신하도록 하려면 역시 리더다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 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컨센서스를 이뤄내고 설정된 목표를 향해 국민을 끌고 갈 수 있는 출중한 인물이 나와야 한다.

어디 이 뿐인가.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크게 흔들어 놓고 있다. 전후 반세기 동안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이처럼 극적으로 이 지역의 현상유지에 충격을 준 사건은 없었다. 그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이 유럽의 국제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주었던 상황을 연상케 할 정도다.

따라서 정상회담 이후의 리더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주변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가늠하고 그 속도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동방정책을 편 서독의 브란트처럼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와의 접점을 침착하게 짚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차기 대권가도의 윤곽도 대충은 그려진다. 당위론의 차원에서만 보면 계층 당파 지역의 세가지 갈등을 해소하고 주변 4강 사이에서 고난도의 줄타기 외교를 벌일 수 있는 인물 이 모두가 대망하는 리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생의 정치 를 들고 나온 이래 크게 달라졌다 는 주위의 평가가 실감나는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나, 8월 30일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갖기로 함으로써 대권 예비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에게 거는 우리의 소박한 기대가 바로 이것이다.

이재호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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