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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존/동감 특집]"무조건 착한 영화 한편 만들고 싶었다"

입력 | 2000-06-14 10:50:00


은 올해로 만 설흔살인 김정권 감독의 데뷔작이다. 데뷔전에서 그는 참으로 '쏠쏠한' 재미를 맛보고 있다. 자신보다 한 살 아래인 장진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거쳐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당초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 윤소은의 대학 학번을 자신이 태어난 해인 69학번으로 잡았었다.

-시대를 초월한 사랑얘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한 친구들인 신동엽과 허인아씨 등과 새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냥 사랑얘기는 재미없잖아 등등의 얘기가 오갔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얘기는 영화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데다 색다르기까지 하지 않는가.

-시나리오 개정 작업을 거쳐 여자 나이를 79학번으로 좁혔다. 남자 나이는 99학번이고. 이들 시기야말로 우리 현대사에서 매우 민감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 해이기도 했다. 79년과 99년을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처음에 69년도를 놓고 시나리오를 써나가다 보니, 한마디로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시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감이 안 오고, 얘기 자체가 워낙 비현실적인 얘기인데, 이러다가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를 어떻게 관객이 따라가겠는가. 시대를 조금 앞당겨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연표를 가져다 봤다. 말씀하신 대로 79년을 봤더니 사건 사고가 가장 많은 해였다. 영화적 소재로 적당하다고 생각해 채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시대상이랄까, 정치사회적 측면이 제대로 살아난 것 같지는 않다.

-그게 메인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 추구하는 영화 자체가 정치 사회성에서 조금 비껴 서있는 것이다. 그런 영화들은 정지영 감독이나 박광수 감독 정도의 연륜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역사적 사건을 가벼운 소재로 활용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직접 관객에게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그럴 정도로 깊은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흥행 성공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예전에는,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는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TV로 시청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았다. 흔히들 가족용 영화라고 하던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지만 부모님도 즐길 수 있는 것들 말이다. 요즘에는 영화들이 워낙 연령층 구분이 확실해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다. 아마도 내 영화는 연령 구분없이 누구나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편안한 영화라는 얘기다.

-주인공 '윤소은'과 '지인'은 아마츄어 무선통신으로 교감을 나누지만 알고 보면 부모와 자식같은 관계다. 사실 영화적 흥미를 더하려면 부모 세대로 설정한 윤소은과 지인의 아버지 사이에 성적 코드를 가미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그런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끝에 성적인 코드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딱 하나 있는 키스신도 고민고민하다가 집어 넣은 것이다. 영화를 잘 보면 등장인물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고 술먹는 신도 없다. 물론 지인의 애인이 술을 먹고 오는 건 있어도. 무조건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순수의 끝을 달리는. 요즘 이렇게 착한 애들이 있을까 하겠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 알고 보면 매우 순진하고 착하며 또 그만큼 순수하다. 그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오동진(ohdjin@film2.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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