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잘 아는 스님을 우연히 만나 청구동 근처 절에 가 얘기를 나눈 게 와전된 모양이다.”
7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 회의실에서 당무회의를 주재하던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어제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했다는데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 시간 자민련측에서는 이미 서대표의 청구동 방문을 비공식 확인해 준 상황. 하지만 서대표는 ‘알리바이’까지 제시하며 청구동 방문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서대표는 이 뒤에도 “자민련에서 이미 확인해주었다”며 거듭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절대 그런 일 없다” “(자민련 관계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파면감”이라며 하루내내 막무가내로 버텼다.
‘고집’에 가까운 서대표의 ‘거짓말 행진’은 결국 민주당측이 뒤늦게 회동사실을 공식 확인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을 했다.
그러나 개인적 신의를 지키기 위한 ‘정치신인’ 대표의 순수한 동기였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혹시라도 정직과 도덕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강조해 온 시민운동가 출신의 서대표가 많은 정치인들처럼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며 쉽게 자기합리화에 빠져버린 것은 아닐까 해서다.
그렇지 않아도 서대표의 실언(失言)가능성을 우려해 그동안 주변 참모진이 기자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해온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의 ‘투명한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할말은 하겠다”던 취임 때의 의지가 변질되지 않기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