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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라운지]윤석준/현지법인 투자유치 어렵다

입력 | 2000-06-04 20:49:00


차별화된 인터넷 응용소프트웨어 기술로 주목받던 국내 벤처 A사.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 회사는 기술력에 이끌린 현지 유력 벤처캐피털과 진지한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투자유치에 실패했다. 결정권자는 한국에 있고 ‘실권없는’ 직원이 협상 테이블에 나서는 바람에 번번이 기회를 놓쳤기 때문. 서로 합의점을 찾아갈 만하면 결정권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내일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는 식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자 처음에는 적극성을 보이던 현지 벤처캐피털이 결국 다른 벤처로 돌아서버린 것이다.

21세기 정보기술(IT)혁명의 중심지로 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새너제이 주립대 윤석중 교수(경영학과)는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여러 한국 벤처기업을 대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는 소유 및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면서 경영권이나 지분 확보에 매달리다가 ‘큰 이익’을 놓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라도 자신보다 회사 성장에 이바지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면 사장 자리를 내주는 경우가 실리콘밸리에선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현지법인이 잘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한국 본사가 모두 거둬들이는 지배구조는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게 그의 생각. 일하는 사람과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서로 달라서는 현지인들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 벤처기업이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에 있던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국내 핵심 기술인력을 미국법인에 배치한 경우가 모범사례라는 것.

현지법인에 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시간에 쫓기는 일정 때문에 가까운 로스앤젤레스조차 가기 힘들다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직원들과 투자협상을 벌이면서 중요한 결정은 본사가 하는 식이라면 원만한 협상 타결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결정권자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라오면 이미 협상의 흐름이 예전과 달라지기 일쑤입니다. 현지법인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윤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