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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기자의 시네닷컴]"스타 변신은 무죄 "

입력 | 2000-05-25 20:36:00


요즘 극장 상영 영화의 ‘최다 출연 배우’는 카메론 디아즈다. ‘애니 기븐 선데이’의 구단주 크리스틴, ‘존 말코비치 되기’의 주책맞은 아줌마 라티에 이어 이번 주말 개봉될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에서는 시각장애인 캐롤로 등장한다.

세 편을 잇따라 보며, 그가 얼마나 변화무쌍한 배우인지 감탄했다.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인정머리 없는 부자였던 그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는 상상을 불허할 만큼 지저분하다. 정상급 여배우가 그렇게 꾀죄죄한 몰골로 영화에 나온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에서는 쾌활하지만 어둠 속에 유폐된 듯한 고독에 눈물 흘리는 시각장애인 역할로 관객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든다. 카메론 디아즈는 타고난 신체적 매력 때문에 ‘마스크’에 출연하며 배우가 됐지만,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로 자신의 길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

국내에선 변신의 폭이 가장 넓은 스타가 누굴까. 내친 김에 영화 제작자 다섯 명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세 명이 지난해 ‘내 마음의 풍금’의 초등학생에서 ‘해피 엔드’의 바람난 유부녀로 변신한 전도연을 꼽고, 둘에게선 “글쎄…, 그런 스타가 있나요?” “변신은 연기파 배우들이나 하는 거지”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우는 ‘변신의 예술가’다. 그러나 단순한 배우 이상이 되어버린 스타에게 과감한 변신은 위험한 일이다. 어느 이미지에 고정된 스타가 그 유형을 벗어나는 건 인기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역사에서 최초의 스타로 꼽히는 메리 픽포드가 1920년대에 어린 소녀 역할을 그만뒀을 때, 그에게서 ‘리틀 메리’만을 기억하는 팬들은 극장에 오지 않았다. 환멸을 느낀 픽포드는 대개의 연기자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마흔살의 나이에 은퇴해버렸다. 많은 스타들은 고정된 이미지의 소유자 혹은 연기파,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연기의 폭과 다양성이 연기의 위대함을 재는 척도임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기상천외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는 변신에 과감한 스타들의 집합소다. 이 영화의 카메론 디아즈, 존 쿠색, 존 말코비치처럼 망가지기를 꺼리지 않는 용감한 스타들 또한 할리우드의 자산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우리 관객들도 그처럼 ‘두려움 없는 스타’를 갖고 싶다. ‘스타의 변신은 무죄’다.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