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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한두현著 '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

입력 | 2000-05-07 19:24:00


평범한 60대 아버지가 쓴 책 ‘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자녀교육 해법 124장’(나남출판)이 요즘 젊은 부모들 사이에 화제다. 지난해 여름 발간된 이후 약 3만부가 팔려나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한두현씨(63). 그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평범하다. 30년 넘게 일해오던 섬유회사를 그만 둔 97년. 한씨는 자녀들이 손자들을 잘 교육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책 내용도 평범하다. 자립심을 길러 주어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라, 독서능력을 키우지 않고는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등.

가문의 뿌리를 교육시켜라, 어릴 적 회초리는 효과적인 교육 수단이다 라는 대목에선 차라리 수구적 권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상식적인 내용의 이 책이 젊은 부모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출판사측은 아이를 둔 전문직여성이 이 책을 주로 사가며 특히 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여교사 엄마’가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영재교육이 둔재를 영재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자녀교육에 별다른 기적은 없으니까요.”

이것이 한씨가 책에서 강조하는 자녀교육의 대원칙이다. 능력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 수준에 맞게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잉기대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조기에 포기하라는 말도 아니다. 우선 자녀들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엔 자녀가 적다보니 부모들이 자녀를 특별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지요. 다들 알 법한 얘기지만 모두들 잊고 살았지요. 제가 그것을 끄집어내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인데 이런 내용을 책에서 읽고 ‘아 그것이구나’하고 감동하는 부모들이 많더군요.”

이 책에는 물론 한씨 나름대로의 독특한 교육방법도 담겨 있다. 어릴 때 아예 술 담배의 쓴 맛을 보게하면 커서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한씨는 최근 이 책의 속편 격인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낼 것인가-뿌리교육해법 124장’을 냈다. 유교적인 예절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8일은 어버이날, 이 책은 허둥지둥하는 오늘의 부모 세대에게 주는 ‘신 훈요 124조’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당초 책을 내달라고 출판사 문을 두드리던 한씨. 이제 ‘인기필자’로 소문이 나면서 카운셀링이나 강연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지만 모두 사양하고 취미인 조각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는 강연요청을 사양하는 대신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녀에 대한 욕심이 앞서면 자녀의 미래를 볼 수가 없습니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