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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Technology]실리콘밸리의 일벌레들

입력 | 2000-04-11 19:50:00


늦은 밤,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에 있는 술집 놀라스에는 스포츠 채널에 흠뻑 빠져 있는 남자들이 몇 명 있을 뿐이었다. 근처 초등학교 교사인 데비 지아코모(31)와 그녀의 친구 세 명은 자신들의 키에 비해 너무 높은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었다. 데비는 술집 안에 남아있는 남자들을 둘러보면서 “우리는 젊고, 예쁘고, 독신인데 지금 여기 우리끼리 앉아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비의 의문은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질문이었다. 실리콘 밸리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서반구에서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팔로알토의 경우, 남자가 여자보다 36%나 더 많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곳은 가장 교육을 많이 받고,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똑똑하고 성공한 남자를 찾는 독신여성의 천국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는 원래 아주 이상한 곳이어서, 돈 잘 버는 남자들은 모두 너무 바빠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과 잠옷을 아예 회사에 가져다놓을 정도이다.

만약 술집과 거리에서 만난 독신여성과 독신남성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실리콘 밸리에는 행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남자들은 여자의 숫자가 너무 적어 여자를 만나기가 힘들다고 불평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기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며 심지어는 데이트를 신청하는 방법조차 모른다고 불평한다.

물론 젊고 돈 많은 남자들이 모여있는 곳이니 만큼, 젊은 여성들이 백만장자를 만나 결혼하겠다는 꿈을 안고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매우 힘들다. 실제로 기자가 놀라스에 갔던 날, 그곳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부분 실리콘 밸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미혼남녀의 데이트를 주선해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줄리 파이바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 실리콘 밸리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이바의 주장을 확인해주는 듯한 일을 놀라스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놀라스에서 만난 케이티라는 여성은 모든 남자들이 자기가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허풍을 떠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깔끔하게 차려 입은 26세 가량의 젊은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보고만 계세요. 내가 저 사람한테 가서 5분만에 저 사람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낼 테니까요.”

5분 후에 그녀는 자리로 돌아왔다. “연 10만 달러래요.”

그런데 문제의 그 남자는 나중에 기자가 케이티의 인상이 어땠냐고 묻자 간단히 대답했다. “황금을 찾아 헤매는 여자죠. 여자들은 거의 다 그래요.”

(http://www.nytimes.com/library/tech/00/04/biztech/articles/10gee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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