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의 관계에 대해 말들이 있는데 당국자회담에서 민간의 조언이나 협력은 전혀 받지 않는다.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과는 악수 몇 번하면서 인사한 적은 있으나 따로 만나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중국에 체류하면서 정회장의 스케줄에 신경쓰기 보다는 내 일정을 감추는 데 노력했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11일 남북정상회담 추진 뒷얘기를 털어놓으면서 현대의 막후 역할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재계, 심지어 정부의 대북관련 부처 내에서도 현대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얘기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그 근거로는 우선 북한의 송호경(宋浩景)아태평화위부위원장이 현대의 대북사업 북측 파트너인데다 박장관과 송위원장이 남북접촉을 벌이는 동안 정몽헌회장 일행이 중국에 체류하고 있었다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다 박장관을 수행했던 관계기관 인사 2명이 현대의 베이징 대북라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 역할설이 힘을 얻는 형국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담 합의 성사의 주연은 박장관이었지만 연출은 국정원이 했고 분위기는 현대가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일부 내에서는 “또 뒤치다꺼리냐”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정부 내에서는 공식라인이 나설 경우 보안문제 등을 들어 “통일부가 나섰다면 일이 됐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상회담 합의는 물론 앞으로의 회담 준비과정에서조차 주도권을 뺏기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는 게 한 통일부 당국자들의 솔직한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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