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TOEFL)시험이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국제적인 영어능력 공인시험중 하나인 토플시험 응시를 위해 수천명의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접수창구 앞에서 밤을 새며 장사진을 치는 등 ‘토플 대란(大亂)’이 벌어지고 있다.
▼10월부터 컴퓨터로 시험봐▼
매달 한 차례씩 시행되는 현행 필기시험 방식이 10월부터 ‘컴퓨터고사’로 전면 대체돼 이에 따른 ‘불이익’을 의식한 지원자들이 ‘점수관리’ 차원에서 3∼4차례밖에 남지 않은 필기시험 기회를 잡기 위해 몰려드는 것.
토플시험 주관기관인 미 교육시험서비스(ETS)는 2년전부터 일부 아시아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전용회선이 깔린 컴퓨터고사장을 설치, 마우스를 이용한 ‘컴퓨터 토플’을 시행해 왔으며 올 10월부터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도 이를 전면 도입한다.
3일 오전 4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국내 토플시험 주관단체인 한미교육위원단 빌딩 앞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1만여명의 지원자와 이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다음달 27일 서울지역 13개 고사장에서 치러지는 추가시험의 응시원서를 접수하러 온 대학생과 직장인들. 원서접수 개시까지는 5시간이나 남았지만 이들은 접수창구 앞에서 수백m 줄을 서 기다리며 밤을 새웠다. 일부 지원자는 야식까지 준비, 차안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인근 여관에서 ‘토막잠’을 자고 이른 새벽 대열에 합류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새 시험제도가 시행되면 높은 난이도로 인해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 뻔해 미리 좋은 점수를 따놓으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년 미국유학을 준비중인 김모씨(26·연세대 4년)는 “시험제도가 바뀌는 10월 이전에 기존의 필기시험을 최대한 활용, 미리 ‘점수관리’를 해놓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아 친구들과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승진성적에 토플점수가 반영되는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회사원 김모씨(31)는 “연말 승진심사에 대비, ‘경험’있는 필기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따놓기 위해 오전 2시부터 대열에 합류했다”며 피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지원인파로 극심한 혼잡을 빚자 한미교육위원단측은 건물의 출입구를 막고 시험정원 8000명중 우편접수를 제외한 5400명분의 번호표를 교부, 접수마감인 6일까지 하루 1800명씩 ‘분산접수’를 받기로 하고 나머지 지원자에 대해서는 우편접수를 부탁하며 돌려보냈다.
또 이날 하루종일 토플사무국에는 새 시험제도에 대한 문의전화가 폭주, 직원들이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원서접수 이틀째인 4일에도 접수창구 앞은 이른 오전부터 몰려든 인파로 200여m의 긴 행렬이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접수방식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지원자들과 직원들이 곳곳에서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번호표조차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지원자들은 “앞으로 남은 세 차례의 토플시험 원서를 낼 때마다 이같은 북새통을 겪어야 할 걸 생각하니 난감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에세이등 난이도 높아져▼
수험생들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필기시험에서 선택항목인 ‘에세이 테스트’가 새 시험제도에서는 필수항목으로 그 동안 국내응시생들이 ‘강세’를 보인 문법분야에 포함돼 큰 폭의 점수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컴퓨터 시험에서는 답안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수험생들에게는 큰 부담.
한미교육위원단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추가시험은 한국을 비롯, 아직까지 필기고사를 치르는 일부 아시아국가 응시생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따른 미 주관기관의 이례적인 조치”라며 “매달 시험정원이 8000∼1만명으로 제한되는 만큼 남은 세 차례 시험의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