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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세계적 안무가 바우쉬 '카네이션' 서울공연

입력 | 2000-03-22 19:25:00


“충격적이었다.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스타일의 현대무용을 선보여 4000여명의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1979년 2월5일자 동아일보)

1979년 동아일보사 초청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봄의 제전’을 선보여 한국 무용계에 충격을 던졌던 피나 바우쉬(독일 부퍼탈 현대무용단 예술감독)가 21년만에 서울을 다시 찾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에 초청받아 4월3∼6일 대표작인 ‘카네이션’(1982년작)을 무대에 올리는 것.

피나 바우쉬(60)는 20세기 현대무용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1973년 부퍼탈 시립극장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한 그는 무용과 연극의 벽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춤연극’(Tanztheater)을 창시, 세계적인 안무가로 인정받았다.

항상 상상을 뛰어넘는 무대는 공연 때마다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모래사장 위에 난파한 배가 등장하는가 하면 12톤의 모래가 무대에 올려지고, 발목이 찰랑찰랑 물에 잠기기도 한다. 관객들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하며, 사슴 양 하마 등 동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가 이번에 공연하는 ‘카네이션’에는 독일 부퍼탈에서 직접 공수해온 8000송이의 카네이션이 무대를 가득 덮고, 독일산 셰퍼드 네 마리가 함께 등장한다. 카네이션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반추해 보게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화려한 볼거리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심오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안무가로서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18개국에서 모인 30명의 무용수 중 유일한 동양 단원으로 1996년부터 이 무용단에서 활약해온 김나영은 “피나 바우쉬는 절대 자신의 생각을 미리 말하지 않고 각국에서 온 젊은 무용수들에게 각자의 영감을 스스로 표현하게 하는 과정을 통합하고 조정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피나 바우쉬의 무용단이 30년이 다 되도록 세계 유수의 무용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

연극 오페라 무용 영화 등 탈 장르적 양식을 추구해온 그는 1999년 ‘유럽 연극상’의 제7회 수상자로 선정돼 하이너 뮐러, 피터 브룩 등 이 상을 수상한 현대 ‘연극계’의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하기도 했다.

LG아트센터 측은 “피나 바우쉬의 새천년 해외 첫공연을 보기 위해 홍콩과 일본 등지에서 티켓을 예매하는 관객들도 꽤 많다”고 소개했다. 오후 8시. 5만∼10만원. 02-2005-0114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