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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마라톤]황영조 "정남균 자질좋아 대성 예고"

입력 | 2000-03-19 20:14:00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환상의 코스. 적합한 기후. 그리고 마라톤 새별의 탄생.

2000동아서울국제마라톤대회는 한마디로 한국마라톤의 대도약을 알리는 축제 한마당으로 손색이 없었다.

광화문에서 잠실 주경기장까지 넓은 대로를 달리는 엘리트 선수와 8500여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누구나 당장 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로 훌륭한 레이스를 펼쳤다.

여기에 전혀 뜻밖의 역주로 우승을 차지한 정남균(한국체대)의 등장은 큰 수확이었다.

정남균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역주하는 모습을 보니 몇가지 점만 보완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자질을 갖춘 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정남균은 체격과 뛰는 자세가 아주 좋았다.일단 기본기가 착실하게 갖춰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 구간 기록이 세계기록보다 9초나 앞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된 초반 레이스에서 정남균은 아벨 안톤, 키프로프, 김이용 등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스피드를 보였다.

시드니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정남균이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록을 조금 더 향상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림픽은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지만 평소 훈련 때 2시간10분대를 유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만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막판 스퍼트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남균은 ‘자신의 다리가 국민의 다리’라는 각오로 올림픽 때까지 이번 대회 우승의 감을 유지하면서 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번 레이스에서 아쉬웠던 점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회 우승자인 아벨 안톤과 2시간06분47초의 기록을 가진 키프로프가 초반의 스피드를 유지하지 못하고 25㎞를 넘어서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진 것이다. 이들이 좀 더 분발해 주었다면 보다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이용이 컨디션 난조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안타까웠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