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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폭력 학교가기 싫어요" 학교 부적응 학생 급증

입력 | 2000-03-12 19:49:00


중학교 2학년생인 박모군(14)은 1학년 때 지방에서 전학을 온 이후 줄곧 급우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친구들이 말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은 보통이고 교과서나 노트 등 학용품을 감추거나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어 괴롭히는 바람에 ‘문제가’가 되고 말았다.

박군이 결석을 하는 일이 잦아지고 성격이 점차 거칠어지는 등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자 박군의 부모는 최근 아이와 함께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왕따나 학교 폭력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시교육청 산하 12개 청소년 상담센터에 접수된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의 상담 요청이 전체 상담건수(5만5563건)의 39%인 2만1688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98년(1만7803건)의 1.2배, 97년(6945건)에 비해서는 3.1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학교 부적응 문제가 전체 상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7년 22%, 98년 32%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부적응 문제로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린 학생들은 대부분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지 못했거나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우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운데 900여명은 우울증이나 품행장애, 학습장애, 약물 오남용 등의 증세를 나타내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의 특별상담까지 받았다. 이밖에 진로(13%), 성문제(7%), 학습(6%), 학교폭력(3%), 건강(2%) 등도 상담센터에 접수된 학생들의 주요 고민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김성심(金聖心)생활지도담당 장학사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상담을 받은 학생 가운데 70% 가량은 중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춘기 등 정신적으로 가장 예민한 단계에 있는 중학생들의 경우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시교육청은 산하 12개 청소년 상담센터의 상담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시교육청 홈페이지(www.seoul-o.ed.seoul.kr)에 사이버 상담실을 운영중이다.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