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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바이올리니스트 콜죠넨 첫 바이올린소품집

입력 | 2000-02-23 19:12:00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사 리 콜죠넨이 바이올린 소품집을 내놓았다. 96년 KBS교향악단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 것을 시작으로 97년 전국순회 연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한국 팬들과 낯을 익힌 콜죠넨이지만 음반을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 미국의 중견 레이블인 도리언사가 음반을 발매했다.

미인으로 소문난 콜죠넨이지만 그의 연주에서 매끈함과 여성적인 인상만을 찾아내려 한다면 실수일 것이다. 여러 차례의 국내 무대에서 증명되었듯이 그는 센티멘털리즘이나 감수성을 내세우기 보다는 긴 호흡과 또렷한 음색으로 승부하는 연주자다.

음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첫곡인 쇼팽의 녹턴 C샤프장조부터 콜죠넨은 허식을 배제한 분명한 인상의 활긋기를 선보인다. 강약대비가 크지 않고 속도를 다소 빨리 해 무채색의 인상도 들지만, 젊은 연주자들이 애써 지어내는 ‘화장기’에 대한 저항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비브라토도 주기(週期)가 완만해 과장된 느낌이 없다.

다소 의문이 남는 부분은 바이올린의 온갖 명기를 과시하는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 바이젠’. 콜죠넨 정도의 기교라면 빨리 연주한다고 해서 이 작품 특유의 테크닉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생길 리 없다. 따라서 빨리 그어대는 편이 훨씬 강렬한 효과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도 뒷부분에서 속도를 너무 늦추어 활기와 박진감이 퇴색하고 말았다.

공간감을 잘 살리기로 이름난 도리안의 녹음은 매끈하고 인상이 좋다. 단, 좀 더 마이크를 악기에서 멀리 가져갔으면 온화한 인상이 잘 살아났을 것이다.

콜죠넨은 90년 세계적 바이올린 경연인 칼 플레시 콩쿠르에서 막심 벤게로프와 금메달을 겨룬끝에 2위를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로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관현악단과 협연 경력을 쌓고 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형 미인인 콜죠넨은 피아니스트 이경숙 (연세대 교수)이 미국 유학시절 얻은 첫딸. 부친은 핀란드계 미국 목관연주자다. ★★★★(만점〓★5개)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