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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터뜨린 한나라 조용…"일회용 反轉카드" 의혹

입력 | 2000-01-21 20:12:00


한나라당이 제기한 ‘경기 연천 북한 땅굴’은 사실일까. 한나라당이 의혹제기 하루 만인 21일 별다른 후속 입장 발표 없이 꼬리를 내리고 있고 국방부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사실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땅굴의 존재를 확인 중이던 경기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98년 12월부터 10여 차례 현지답사를 한 이종창(李鍾昌·67·경남 함안 가르멜 모후 수녀원)지도신부는 “땅굴의 존재를 100% 확신한다”고 주장.

이신부는 “자연적인 지하구조가 아니라 극히 인공적인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며 “남측에서 땅굴 확인작업에 나선 사실을 알고 북측이 모래와 시멘트 등으로 땅굴을 일시적으로 폐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

○…국방부는 예상입구로부터 의혹지역까지 12㎞에 이르는 땅굴을 파려면 엄청난 규모의 환기 및 배수시설이 필요하고 표고(標高) 분석 결과 땅굴이 지상으로 노출되는 지점이 많은 점 등을 들어 땅굴이 아니라고 단정.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21일 “우리가 의혹을 제기한 만큼 정부 여당이 명확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당 차원에서는 별도의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발 후퇴.

한나라당이 이처럼 꼬리를 내리자 당 안팎에서 의혹제기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무성. 한 관계자는 “한달전쯤 연천에서 땅굴을 발견했다는 제보자와 만난 결과 시멘트 조각 등 인공땅굴이라는 증거를 많이 발견했다는 증언을 입수했다”고 설명. 그러나 한달 가까이 현장조사를 실시하지 않던 한나라당이 20일 서둘러 땅굴 의혹을 들고 나온 것은 여당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안보서신’을 문제삼았기 때문. 즉 정부 여당이 안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여당의 공격을 희석시키려 했다는 게 중론.

현재로선 한나라당은 정치적 목적에서 땅굴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입장. 한나라당은 땅굴 발견 의혹을 보도했던 지난해 12월24일자 한 주간신문 기사를 복사해 배포했을 뿐 공당에 걸맞은 구체적 자료는 내놓지 못하는 실정.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