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용환(金龍煥·자민련 의원)은 낙선시킨다.”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최근 한 자민련 당직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각제개헌 유보에 반발, 신당창당 행보에 나선 김의원에 대한 감정이 상할대로 상했다는 얘기다.
김총리는 또 “(김의원을 낙선시킬 수 있는)사람까지 골라 놓았다”면서 내년 16대 총선에서 김의원의 지역구(충남 보령)에 공천할 후보선정을 끝냈음을 시사했다. 김의원의 ‘적수(敵手)’가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민련 안팎에선 현직 고위관료인 O, K씨, 언론인 Y씨 등이 거론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총리는 김의원에 대한 사감(私感)을 토로하면서도 김의원과의 화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말 김총리를 만난 자민련 이인구(李麟求)의원은 9일 “총리가 나에게 ‘김용환을 데려오기만 해라. 그러면 나도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총리는 그러나 김의원이 이에 화답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서자 마음을 완전히 돌린 듯하다.
김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97년 내각제개헌을 전제로 한 야권 대선후보단일화 과정을 소개하면서 “그렇게 어렵게 따낸 내각제를 김총리가 한마디 말도 없이 던져버렸다”고 비난했다. 김총리가 자민련에의 복귀 시기를 연기한 데 대해서도 “아직도 총리 말을 믿는 사람이 있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김의원은 김총리가 자신과의 전면전에 나섰다는 얘기에도 “그 분이 나를 좌지우지할 입장에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총리와 김의원 간 한판 싸움이 볼만할 것 같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