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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SF연극 '철안 붓다'

입력 | 1999-10-20 18:14:00


“저 달과 별, 성수대교의 불빛, 이 추위까지도 모두 연극에 담고 싶었습니다.”

18일 밤 9시반. 핵전쟁과 생명복제 기술의 남용으로 멸망하는 인류의 미래를 그린 SF 연극 ‘철안 붓다’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대교 확장공사 현장의 야외무대. 막 공연을 마친 배우 유인촌(유시어터 대표)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감사의 말을 했다.

이 곳은 관객이 연극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늘의 별빛과 오렌지 빛 성수대교는 무대배경으로 녹아들었고, 고대 인도 풍의 명상적인 음악은 도심의 야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을 더해 주었다.

극본 및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생명복제기술에 담긴 인간의 육체에 대한 집착과 ‘인간중심주의’를 고발했다.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주제를 영화 ‘페이스 오프’처럼 인간과 복제인간(철안족)의 몸이 뒤바뀌는 과정을 통해 박진감 있게 연출해냈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난관은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였다. 비바람이 몰아친 16, 17일 배우들은 살갗을 파고 드는 추위에도 거의 맨몸인 채로 연기를 해야 했다. 관객들도 극단측에서 나눠준 군용모포를 2,3장씩 겹겹이 뒤집어 쓴 채 구경했으며, 휴식시간에는 모닥불에 모여 앉아 컵라면과 커피로 추위를 녹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철안 붓다’는 새로운 연극 공간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한 시도다. 그러나 작품성에 대한 의욕이 지나치면 예술가의 자위적인 공연으로 남게 될 우려도 커진다. 관객들에게 연극 중에 나오는 25세기 ‘핵겨울’까지 체험(?)토록 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24일까지. 매일 오후 7시. 02―3444―065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