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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콤증자 참여하긴 하나?"…정부, 大生처리 '암초'

입력 | 1999-08-30 19:46:00


정부의 대한생명 처리가 파나콤이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히면서 파나콤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당초 대한생명이 투자파트너로 미국의 파나콤을 끌고 들어올 때만 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정부도 파나콤의 끈질기고도 교묘한 법적대응과 ‘치고 빠지기’전술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생의 법무대리인인 우방법무법인은 30일 “파나콤이 미국 뉴욕소재 은행에서 4200만달러를 인출했으나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에 31일 오전 씨티은행 한국지점에 납입하겠다고 알려왔다”며 “대생은 이와 관련해 이날 이사회를 열어 증자대금의 납입을 31일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1일 법원의 판결결과에 따라 자칫하면 납입자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납입을 강행할지는 아직은 불투명하다.

대생측이 파나콤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함에 따라 그동안 파나콤에 대한 정보공개를 꺼려왔던 금융감독위도 공식적으로 파나콤의 실체를 알리는 자료를 내고 맞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파악한 파나콤의 실체〓금감위 조사결과 파나콤사는 데이비드 장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사장으로 있는 B&B라는 페이퍼컴퍼니가 설립한 회사. 최근 방한해 기자회견을 가졌던 대니얼 머피가 회장으로 있다.

금감위가 미국 법률자문사인 그레이엄앤드제임스사와 미국 최대 신용조사회사인 D&B(Dun&Bradstreet)에 의뢰, 세차례에 걸쳐 신용조사를 벌인 결과 파나콤은 뉴욕의 록펠러센터에 작은 사무실하나를 갖고 4명의 직원이 상주하는 상품중계회사인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

연간 3억1500만건의 세금계산서 거래내용정보를 수집하는 D&B의 조사결과 파나콤의 지난해 매출은 50만달러 정도이고 세금계산서가 첨부된 물품거래는 350달러에 불과했다. 또 파나콤측이 펀드운용회사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현지 주재원들이 미국내 펀드운용 관련자들을 직접 접촉해 투자경험 펀드컴퍼니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파나콤에 대한 자료는 전무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대생 입찰참가 조건으로 투자자 재무제표 투자실적 보험사의 합작계약서 등의 제출을 10여차례나 요구했으나 제출하지 않았다”며 “뉴저지연기금에서 자금을 끌어온다는 얘기도 파나콤측이 펀드운용에 관한 전화문의를 한 것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생 관계자는 “파나콤은 우리에게 분명 투자할 의사를 갖고 있는 투자운용회사로 자금력도 나름대로 파악이 끝난 상태”라며 “정부가 파나콤의 실체를 의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나콤과 정부의 향후 대응〓대생의 법무대리인인 우방법무법인에 따르면 “파나콤이 31일 오전 증자납입을 실행할 것이며 그 순간 법적으로 증자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파나콤이 일단 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정부로서는 31일 판결에 승소해도 감자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파나콤측이 실제 증자에 참여하기는 쉽지않을것으로내다보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파나콤이 증자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만 해도 벌써 4차례인데 말만 할 뿐행동에옮기지않고 있다”며 “자칫하면 돈을 몽땅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고도의 술책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또 당초 정부의 허락없이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서한을 보내왔던 파나콤측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파나콤을 유일한 회생의 끈으로 삼고 있는 최순영회장측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금감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결과여부에 상관없이 충분한 법적대응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점 등에서 허점을 드러내 금융구조조정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