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과 만화의 만남’
7월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박관욱전’에서 보여지는 특징이다. 올해 49세인 박씨는 서울대 미대를 거쳐 미국 뉴욕대학과 프랫인스티튜트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는 10년전 귀국,실험적인 추상화들을 발표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갈색과 검정색 등 어두운 색으로 칠해진 추상화면 위에 미키마우스의 얼굴을 그린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미키마우스의 얼굴을 지워낸다면 그 작품은 과거 그가 보여주었던 작품들과 흡사하다. 예전의 작품 경향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그 위에 미키마우스라는 만화캐릭터를 덧 씌운 것이다.
추상화는 흔히 일반 관객들에게 무거운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작가도 “예전에 발표했던 작품들이 너무 진지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같은 느낌을 덜기 위해 누구에게나 친숙한 만화주인공 미키마우스를 추상화면에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추상화의 무거운 느낌을 덜기 위한 시도라는 것. 이같은 새로운 방법으로 작가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감각이 돋보인다.
작가는 편안함과 재미를 의도했다. 하지만 추상미술과 만화가 한 화면에 어울리면서 낯선요소들이 서로 충돌하는 듯한, 생경스런 느낌이 전해진다. 편안하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그는 “미키마우스는 글로벌시대에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라고 했지만 어쩐지 미국 패권주의 문화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하다. 02―734―6111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