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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검찰 따돌림 작전」…법무부 항의에도 꿈쩍않아

입력 | 1999-06-22 21:14:00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은 20일 한 행사장에서 만난 국민회의 고위간부를 향해 국민회의의 ‘특검제 드라이브’에 은근한 불만을 터뜨렸다.

다음날인 21일은 국민회의가 당내 율사출신들이 마련한 ‘한시적 특별검사임용법’을 확정키로 예정된 날. 김장관은 국민회의 간부에게 “아무리 그렇지만 법안을 확정하기 전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의견을 듣는 기회는 가져야 할 것 아니냐. 아예 검찰을 ‘왕따’로 만들 작정이냐”고 항변했다는 게 이 간부의 전언이다.

이런 법무부의 불만이 작용한 탓일까. 국민회의가 21일 고위당직자회의를 열어 당안을 확정한 직후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당지도부에 전화를 걸어 “법안을 마련했다고 곧바로 국회법사위에 제출하기보다는 법무부와 당정협의도 하고 자민련과 협의절차를 거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사실 국민회의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차제에 ‘검찰 개혁’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도 검찰을 ‘왕따’시키는 것이 전략상 나쁘진 않지만 당장 특별검사 지원비용 부담문제 등 법무부의 의견을 들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당정협의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특검제안의 마스터플랜을 만들 때까지는 검찰의 불만을 의도적으로라도 무시하자는 분위기다. 한 고위관계자는 “사실 서해 교전사태가 발생하자 여권 내부에서는 ‘안보위기를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특검제를 계속 추진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면 과거 정권과 다를 게 뭐냐’는 반박에 밀렸다”고 여권의 전체적 분위기를 전했다.

자민련에서는 한술 더 떠 “이번 기회에 검찰을 손 좀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책위에서는 한때 특검제를 상시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독자법안을 검토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도 “국민회의마저 ‘더 이상 검찰을 내 품 안에 보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홀대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검찰은 어디에도 보호막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자기혁신을 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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