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결국 인수를 포기한 대한생명을 둘러싼 각축은 금융업에 대한 재벌들의 강한 집착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주요 그룹은 금융업을 한결같이 주력업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다른 사업 부문은 줄이면서도 금융분야 만큼은 맹렬히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들의 금융업 판도가 재편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금융 분야에서 가장 앞선 그룹은 단연 삼성.생명보험을 주축으로 손해보험 증권 투신 카드 등 전 분야를 망라해 ‘금융재벌’을 형성하고 있다.
자산 규모로도 삼성생명이 올 4월 현재 36조원인 것을 비롯, 삼성화재 3조, 삼성증권 1조 등 금융 계열사의 자산규모가 그룹 전체의 60%에 달한다. 특히 생보와 손보는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서 그룹의 확실한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철옹성’은 최근 라이벌 현대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제조업 위주로 성장한 현대는 90년대 중반이후 뒤늦게 금융업에 뛰어들었지만 무서운 기세로 확장을 거듭,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90년대 초반까지 3,4개에 불과했던 현대의 금융관련 계열사는 96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96년 현대파이낸스 설립에 이어 97년에는 국민투신을 인수했고 현대기술투자와 현대선물을 설립했다. 작년 구조조정 와중에서도 금융업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채 한남투신을 인수하고 현대할부금융을 통해 신용카드업을 새로 시작했다.
현대의 금융관련 계열사는 현재 10개로 삼성(11개)에 근접한 상태. 삼성이 보험업 위주라면 현대는 ‘바이코리아’로 대표되는 증권이 중심이어서 대조적이다.
증권 외에 이렇다할 금융업이 없는 대우는 김우중(金宇中)회장이 작년 ‘슈퍼은행 설립’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최근 구조조정으로 더이상 확장이 어려운 상태.
LG는 대한생명 인수가 무산되면서 종합금융그룹 틀을 갖추려던 구상이 빗나가고 말았다.당초 대생 인수를 전제로 부실사인 한성생명 인수와 LG생명 설립을 추진해왔으나 대생 인수 포기로 이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