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 말이 옳단 말인가.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장관 부인들을 상대로 벌였다는 ‘옷 로비 의혹’ 관련자들의 말이 서로 달라 이 사건을 보고 듣는 일반국민은 헷갈리다 못해 분통이 터질 판이다. 옷을 거래했다는 재벌회장 부인과 장관 부인들간의 말만 다른 게 아니다. 이미 내사를 종결했다는 청와대측의 말과 검찰 관계자, 심지어 옷가게 주인의 말까지 제각각이다.
우선 최회장 부인 이씨는 강인덕(康仁德)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김태정(金泰政·현 법무장관) 당시 검찰총장 부인인 연정희씨 옷값 2천4백만원을 대신 내주라고 해 그렇게 하려던 중 추가로 더 요구하는 바람에 거절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배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펄쩍 뛴다. 한편 김장관 부인 연씨는 강남의 라스포사 등 옷가게 두 곳에서 1백75만원어치의 옷을 샀지만 대금은 자신이 직접 지불했다고 말한다. 연씨는 집으로 배달된 밍크코트를 되돌려보냈다고 하고, 검찰측도 같은 말을 하는 반면 청와대측은 문제의 밍크코트를 최회장 부인 이씨가 가져갔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옷값에서부터 옷을 구입했다는 시점, 장소에 이르기까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청와대측은 내사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김대통령은 엊그제 신임 장차관급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공직자 부인들이 몸가짐에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미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일이 대통령이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청와대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내사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은 의혹이 불거진 만큼 별도 수사로 사실관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피해자측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 장관 부인들은 정말 억울하다면 상대방을 정식으로 고소, 진실을 규명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번 의혹은 몇몇 장관 부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정부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일수록 사실 규명이 앞서야 한다. 여야가 나서서 정치공방을 벌이는 것은 오히려 사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여당측이 맞대응을 한답시고 야당쪽의 누구 누구 부인도 어느 옷가게에 가 얼마치의 옷을 샀다면서 실명까지 거론하는 것은 정치사찰의 의혹을 낳을 수 있다. 사찰을 안하고서야 야당 인사 부인들이 옷가게 가는 것까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야당인 한나라당측이 떼지어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볼썽 사납다. 이번 의혹은 정치적으로 떠든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누구 말이 옳은지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