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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칼럼]김진호/조개구이집과 전자상거래

입력 | 1999-05-17 19:28:00


작년 이맘 때 음식점 중 세 집 건너 하나는 조개구이집이었다. 불황을 타는 사람들은 호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이 없는 조개구이집으로 향했다. ‘조개부인 난리났네’ ‘조개가 소스를 만났을 때’ ‘조개들의 합창’ 등 독특한 이름으로 경쟁을 벌였던 조개구이집들은 경기가 살아나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대중의 변덕스러움에 배신당한 조개구이집들은 여름 지난 바닷가처럼 화려한 추억만을 되씹고 있다. 이것이 패션, 즉 지나가는 유행이다.

노래방은 90년 초 부산에 상륙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인의 대표적인 대중 문화로 버젓이 자리잡았다. 노래방 문화는 트렌드, 즉 시대의 대세이다.

트렌드는 그것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노래방은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더욱이 젓가락장단 문화에서는 소외됐던 음치들도, 가사를 못 외워 쩔쩔매는 사람들도, 컴퓨터 반주와 영상 가사에 맞춰 한 곡조 뽑을 수 있게 됐다.

전자상거래가 대중 앞에 나타난 90년대 초에는 한순간의 패션일지 아니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트렌드일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다. 밀레니엄을 바라보는 오늘날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조차 21세기의 생활 패턴과 기업 경영의 축을 바꾸어 놓을 핵심적인 요소로 전자상거래를 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인터넷 주식의 폭발적인 가치 상승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반영한다. 소비자 기업 국가 등 경제 주체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잘 이용하기 위해, 지원하거나 규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밀레니엄 시대의 전자상거래가 어떻게 사람들의 생활과 기업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인가 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즐겁다. 전자상거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양상에서 금융 엔터테인먼트 컨설팅 의료 등 무형 서비스로 확대될 것이다. 소비자는 보다 편리하고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 또는 이용하게 될 것이며 기업에서는 투명한 거래와 운영비 인건비 등의 비용을 크게 절감하게 될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을 쪼개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는 것보다는 직장 또는 가정 등 앉은 자리에서 즉시 구매가 가능한 인터넷 쇼핑이나 서비스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21세기 구매형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되는 것은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데다 제품 및 서비스 비교를 통해 손해보지 않는 구매를 원하는 현대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미혼 여성은 점심시간에 혼수 패키지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약하고 결혼식장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청첩장도 인터넷을 통해 보낼 수 있으니 언니나 엄마 시절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결혼 준비를 진행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는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편리한 것, 재미있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편리함은 생활의 여유를 부르고 이러한 여유는 높은 생산성과 구매여건을 창출해 결국 전자상거래의 규모를 배가시키는 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되새겨야 할 교훈을 같이 생각해 보고 싶다. 빙하기를 대비하지 못한 공룡은 멸망하고 만다. 그리고 노래방 문화가 번성해도 문을 닫는 노래방은 존재한다.

김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