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뉴욕타임스/National]호텔같은 대학 기숙사

입력 | 1999-05-17 09:28:00


곧 뉴욕 대학을 졸업하게 될 에리카 셰이와 캐롤 빌리개스는 졸업 후 함께 살기 위한 방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기숙사 아파트 정도의 설비를 갖춘 스튜디오의 집세가 너무 비쌌기 때문.

기숙사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고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바람이 잘 통하는 각 방은 뉴욕에서도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두 사람은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정말 기숙사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집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에서 두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뉴욕 대학의 기숙사 시설이 그만큼 잘 돼있기 때문이다. 뉴욕 대학은 지난 10년간 학교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맨해튼 남부 여기 저기에 새 건물을 짓거나 기숙사로 사용할 건물을 임대하는데 힘을 기울여왔다.

뉴욕 대학의 이같은 노력은 전국적인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고등교육 크로니클’지의 벤 고즈는 “요즘 학생들은 50년대와 60년대에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낡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낡은 기숙사를 개조해서 방마다 욕실이 딸린 아파트로 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 대학도 정원과 라운지가 딸린 대규모 기숙사를 새로 짓고 있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 능력과 시설 면에서 뉴욕 대학을 따라올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래서인지 91년 이후 뉴욕 대학의 지원자 수는 두배 이상 늘었고 지금도 늘고 있다. 에리카 셰이는 “기숙사 각 방에 욕실이 따로 달려 있기 때문에 이 학교를 택했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에리카와 캐롤은 뉴욕 대학의 여러 기숙사 중에 유니버시티 홀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살고 있다. 뉴욕 대학이 이곳의 건축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은 97년. 이곳의 건축을 맡은 맥스 본드는 뉴욕 대학이 “아주 재미있는 고객”이라고 말한다. 설계 과정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뉴욕 대학은 건축 계획 초기 단계에서 학교 이사들과 행정 당국자들이 설계도를 검토하는 자리에 학생들을 참석시켜 의견을 내놓도록 했다. 학생들은 욕실 세면대 위의 선반 숫자에서부터 전등 스위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았고 이것이 최종 설계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기숙사 시설에 이처럼 신경을 쓰고 있는 뉴욕 대학도 독방을 달라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숙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윌리엄 볼딩 박사는 요즘 학생들이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침실을 누군가와 함께 쓰는 일을 싫어 한다고 지적했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