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밤 8시45분 보스니아 주둔 미군 수색구조팀에 긴급전화가 울렸다. “스텔스 전폭기 F117A 추락, 조종사 생사 불명.” 숨막히는 구출작전이 시작됐다.
29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긴급전화가 울리던 시각, 8천㎞ 떨어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샌디 버거 안보보좌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았다. 클린턴대통령은 “진전상황을 계속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7시간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연합군 웨슬리 클라크 사령관과 버거 보좌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헨리 셸턴 합참의장은 10여통의 전화를 주고받았다. 28일 오전1시반경 조종사가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고 때문에 함성이 터지기도 했다.
구출작전에는 악천후나 야간에도 비행하는 저공침투용 헬리콥터 MH60G 페이브 호크와 3대의 MH53J 페이브 로가 투입됐다. 스텔스가 추락한 곳은 유고 수도 베오그라드 북서쪽 54㎞지점. 유고 국영TV는 조종사를 찾는 유고군의 수색작전을 보도했다. 조종사 찾기 경쟁이 시작됐다.
땅에 닿을 듯한 저공비행으로 숲을 훑던 헬기들은 마침내 조종사를 찾아냈다. 비상탈출한 조종사는 숲속에 숨어 전파신호를 보냈다. 마지막에는 신호탄을 쏘았다. 추락지점에서 16㎞ 떨어진 곳. 시각은 오전 3시35분경. 조종사는 무릎을 다쳤으나 건강했다. 조종사를 태운 헬기는 곧 이륙, 17분만에 유고를 벗어나 보스니아 영공에 들어섰다.
총 한방 쏘지 않고 적진에서 구조작전을 마쳤다. 백악관에서 환성이 터졌다. 코언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거친 용사들”이라고 구조팀을 칭찬했다. 구조된 조종사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곧 원대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