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로버트슨 영국 국방장관은 28일 코소보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고의 알바니아계 주민 탄압상황을 설명하며 “보스니아 내전 때 인종청소 (Ethnic Cleansing)로 악명높은 대량학살 전문가가 코소보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로버트슨 장관은 “이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인종청소를 본격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도 29일 ‘아르칸’이라 불리는 세르비아 민병대 사령관 젤류코 라즈나토비치가 코소보내 포두예보에 검은 안경을 쓰고 나타나 부하들을 시켜 마을 전체를 불태우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갱단 두목 출신으로 살인청부업을 일삼던 라즈나토비치는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내전 당시 이슬람교도를 무차별 살해해 악명을 떨친 인물.
현재 코소보에서는 세르비아 민병대와 유고보안군이 가옥을 약탈 방화하고 주민을 살해하는 등 마을 전체를 초토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소보의 끔찍한 상황은 알바니아나 마케도니아로 피신한 알바니아계 난민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물 전기 공급마저 끊긴 프리슈티나에는 무장한 세르비아인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수류탄을 던지고 불을 놓으며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3일동안 아이들과 다락방에 숨어 지냈는데 아이들에게 진정제를 먹여야 했다. 한마디로 지옥이었다.”(마케도니아로 피란온 의사)
한 난민은 처형과 강간 폭력이 자행되는 가운데 14세 소녀가 부모가 보는 앞에서 세르비아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했다고 전했다.
난민들은 세르비아 보안군들이 짧은 시간내 집을 비우라고 해 입고 있는 옷가지만 겨우 걸친 채 집을 빠져나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난민들은 세르비아 보안군이 자의에 의해 알바니아로 떠난다는 문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고 전했다.
유고의 인종청소는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다. 이에 따라 27일에만 2만여명의 난민들이 알바니아로 몰려든 데 이어 28일에도 5만여명이 국경지대에 몰려 국경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마케도니아와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등을 향한 ‘필사의 탈출’도 이어지고 있다.
제이미 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대변인은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코소보 인구 2백만명 가운데 25%인 50만명이 집에서 쫓겨나 난민이 됐다”며 “코소보 주민들의 인권상황은 2차대전 후 최악”이라고 말했다.
알바니아에서 일하고 있는 적십자사 관리는 “인종청소가 자행되면서 많은 난민이 쏟아져 들어와 집계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양섭기자·외신종합연합〉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