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유자는 ‘봉’인가.
국제원유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지난주말 SK㈜ LG칼텍스정유 등 국내 정유사들은 휘발유값(직영주유소 판매기준)을 ℓ당 25원씩 인상했다. 국제시세가 조금만 들먹거려도 소비자들은 금세 파급 효과를 피부로 느끼는 셈.
그러나 현재 휘발유값의 75.4%는 세금이다. 1ℓ의 휘발유값 1천1백99원에는 교통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세금이 9백3원이나 포함돼 있다.
IMF체제 이후 국제원유가는 올초까지 계속 내려갔지만 소비자는 전혀 혜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세차례나 올렸다. 한 가구당 한 대꼴로 보급된 자동차 1천만대 시대에도 자동차를 특수계층만 이용하는 ‘사치품’으로 간주하는 세제(稅制)정책 때문이다.
▽주유소에서 세금을 걷는다〓세율인상 이전인 98년1월1일 휘발유 1ℓ에 4백42원이던 교통세는 98년1월9일 4백55원, 5월 5백91원, 9월에는 6백91원으로 올랐다. 교육세도 98년1월 ℓ당 68.25원에서 5월 88.65원, 9월 1백3.65원으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 도매가와 소매가의 격차는 갈수록 벌이지는 추세.
우리나라의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과 프랑스(이상 82%) 벨기에(79%)에 이어 세계에서 네번째. 비산유국인 일본(59%) 대만(55%) 홍콩(60%) 등도 우리처럼 높은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다.
▽차량소유자는 의료보험료도 더 낸다〓보건복지부는 직장인을 제외한 자영업자 등 소득이 불분명한 사람의 의료보험료를 산정할 때 재산과 소득 자동차 소유여부 등을 따져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때 자동차세 납부실적이 보험료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배기량이 큰 차를 소유한 사람은 더 많은 의료보험료를 내야 한다. 예컨대 2백만원짜리 중고 중형차를 구입한 사람은 6백만원짜리 소형신차를 산 사람보다 세금은 물론 의료보험료까지 더 낸다.
▽자동차에 붙는 세금만 13종류〓소형승용차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3억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와 맞먹는다. 자동차를 살 때 특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내야하고 등록과정에서 등록세 교육세 취득세 농어촌특별세가 붙는다. 여기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교통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낸다.
현행 자동차세는 8백㏄이하가 연간 8만원, 8백∼1천㏄는 12만∼15만원, 2천㏄급은 44만원, 2천5백㏄는 62만5천원, 3천㏄급은 93만원. 그나마 지난해 한미자동차협상 타결로 징수체계가 7단계에서 5단계로 달라져 세금이 줄어든 결과다.
자동차 2백22만대가 등록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5천3백억원의 자동차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조세저항이 거세 지난해 12월현재 누적된 자동차세 체납액은 2백49만8천여건 3천1백72억원에 달한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