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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동아마라톤 70년

입력 | 1999-03-19 19:05:00


전통의 동아마라톤대회가 올해로 70회를 맞는다. 동아마라톤이 걸어온 길은 바로 한국 마라톤의 역사나 다름없다. 일제 치하에서는 겨레에 불굴의 민족정신과 독립의지를 고취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신기록의 산실로 한국 마라톤의 중흥을 일궈냈다. 동아마라톤은 지난 세월 민족과 고락을 함께 하며 달려왔다.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에도 동아마라톤은 우리 모두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동아마라톤은 숱한 마라톤영웅들을 배출했다. 1933년 제 3회 대회 우승자 손기정(孫基禎)을 비롯해 수많은 건각들이 이 대회를 통해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제 암흑기 온 겨레는 이들의 투혼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면서 국권회복의 의지를 마음 속 깊이 되새겼다. 오늘날 마라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대표적인 ‘민족스포츠’로 굳게 뿌리내렸다.

요즘 우리 마라톤은 다소 침체된 인상을 주고 있다. 황영조 이봉주의 대를 이을 스타급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거는 마라톤계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21일 경주에서 벌어지는 대회에는 남녀 유망주 1백여명이 대거 출전해 우승과 신기록 도전에 나선다. 21세기를 힘차게 질주할 새 마라톤 영웅의 탄생을 기대한다.

금세기 마지막 대회인 이번 동아마라톤이 국민적 축제로서 확고히 자리잡은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94년 시작된 마스터스대회에는 지난해의 배 가까운 1만1천여명이 참가신청을 냈다. 규모면에서 미국의 보스턴마라톤이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마라톤 등 세계 유수의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마스터스대회에는 초등학생부터 환갑을 넘긴 노인까지 각계 각층이 참가한다. 사회저명인사와 연예인 등 낯익은 얼굴들도 참가신청을 했다. 이들이 마라톤을 뛰게 된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또는 동료와의 우정이나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게 된다. 백혈병환자를 돕기 위해 96년 시작된 ‘1미터 1원’ 행사는 올해에도 계속돼 1천5백여명이 ‘사랑의 레이스’를 펼친다.

동아마라톤은 이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서 국난극복의 의지를 굳게 다지고 국민화합을 도모하는 한마당 축제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동아마라톤과 함께 마라톤 열기는 갈수록 번져가고 아울러 나라사랑 이웃사랑도 확산되고 있다. 동아마라톤에는 벅찬 감동이 담겨 있다. 뜻깊은 이번 행사가 ‘21세기로 뛰자. 새 천년을 달리자’라는 대회구호처럼 21세기 희망의 문을 활짝 여는 레이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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