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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의 보고서 파장]美 통상압력 갈수록 태산

입력 | 1999-03-15 18:55:00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는 매년 3월 미 행정부의 국별무역장벽(NTE)보고서 발간에 앞서 한국에서의 투자 및 교역환경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작성, 미상무부에 제출한다.

암참의 보고서는 따라서 미 행정부가 3월말 의회에 제출하는 국별무역장벽보고서의 기초가 되어 왔으며 미국의 통상압력 방향과 정도를 가늠하는 신호탄이 되어 왔다.

올해 이 보고서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미국이 슈퍼 301조를 부활하는 등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암참이 유례없이 광범위하고 강도높은 개방요구를 하고 나섰기 때문.

암참의 이번 ‘한국에서의 투자 및 교역환경에 대한 보고서’는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매우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회계 농업 금융서비스 의약품 등 23개 분야에 걸쳐 작성된 이 보고서는 경제 전분야에 걸쳐 강도높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자동차분야에서는 수입자동차에 대한 현행 8%의 관세를 미국의 2.5%수준으로 낮추든지 일본처럼 아예 없애라고 요구했다. 결국 수입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외국자동차업체에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서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모든 정부기관들이 기업에서 제출한 영업비밀을 보호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내규를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분야에서는 퇴직금제도를 의무화하지 말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상여금을 퇴직금 계산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AMCHAM은 이같은 요구사항을 담은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 초안을 우리 정부 각 부처에 보내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AMCHAM의 보고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크게 봐서 예년과 다른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정부측의 분석.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적재산권의 경우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며 자동차분야는 지난해 한미협상이 타결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AMCHAM보고서가 당장 미국의 통상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통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정식 보고서는 국내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업들과 미 행정부 관련부처에도 배포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도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우리나라에 대한 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미국정부와 업계를 대상으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프로그램에 따라 국제기준에 맞춰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미국 현지 공관이나 관련업계의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해 수입규제 제소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는 조기감지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 및 제도운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적인 통상외교를 펼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