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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80돌기획]백범 어머니 곽낙원여사

입력 | 1999-03-11 19:37:00


백범의 어머니 곽낙원(郭樂園)여사.

일찍 남편을 여의고 갖은 풍상속에 독립운동가 외아들을 뒷바라지한 곽여사는 거목 백범을 지탱해준 든든한 뿌리였다. 백범의 저서 ‘백범일지’에는 어머니와 관련한 감동적인 얘기들이 여럿 담겨 있다.

백범이 이른바 ‘105인 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있을 때 곽여사는 아들을 면회해 “나는 네가 경기감사나 한 것보다 더 기쁘게 생각한다”고 태연히 말했다. 1915년 4년만에 출옥한 백범을 위해 친구들이 위로연을 열고 기생을 불러 가무를 시키자 곽여사는 대로해 “내가 여러해 동안 고생을 한 것이 오늘 네가 기생 데리고 술 먹는 것을 보려고 한 것이냐”고 백범을 꾸짖었다.

1934년 중국 쟈싱(嘉興)에서 9년만에 백범을 만난 곽여사의 첫 마디는 “나는 이제라도 너라고 아니하고 자네라고 하겠네. 또 말로 책하더라도 초달로 자네를 때리지 않겠네. 들으니 자네가 군관학교를 설립하고 청년들을 교육한다니 남의 사표가 된 모양이니 체면을 보아주는 것일세”였다.

백범이 난징(南京)에 있을 때 동지들이 돈을 모아 곽여사의 생신상을 차리려 하자 곽여사는 한사코 돈으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단총(短銃·권총) 두 자루를 사서 독립운동에 쓰라고 내놓았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