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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지용희/중소기업청 축소-폐지는 안될말

입력 | 1999-03-09 19:04:00


지금처럼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규모의 경제를 과신한 나머지 중소기업을 자칫 과소평가하다가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제환경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대기업의 강점인 규모의 경제와 같은 정태적인 우위보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동태적인 우위가 중요하다. 민첩성 유연성 창의성 결속력 면에서 뛰어난 중소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년에는 28%에 불과했으나 98년에는 46%로 크게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중소기업이 수출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수출 증가율 상위 1백50대 업체의 52%는 종업원 20명 미만의 소기업이며 중기업까지 합하면 전체의 91%를 차지한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노동집약적 생산 방법을 채택해 많은 사람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중소기업 수는 2백70만개로 전체기업수의 99.5%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종업원수는 9백만명으로 전 종업원수의 78.5%를 점한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대항세력으로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며 광범한 경제적 중산층을 형성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세력의 기능을 한다.

미국은 한국의 중소기업청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SBA(Small Business Administration)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중소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통령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국 규모의 중소기업가 대회를 직접 주관하기도 한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처해 있는 여건은 공정한 시장질서가 정착된 미국과 비교하면 매우 불리하다. 독과점체제에 따른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경쟁풍토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밑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끝에 있는 골대를 지켜야 하는 축구팀에 비유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활성화와 심각한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정책수립을 전담하는 중소기업청을 없애거나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중소기업청을 폐지한다면 자금 기술 인력 판로면에서 중소기업들이 직면한 수많은 애로사항을 호소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부재로 중소기업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효과적인 지원도 어려울 것이다.

지방 중소기업청의 기능을 축소하면 중소기업 지원업무의 전문성 및 효율성의 저하로 지방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SBA가 80여개 지방조직을 통해 현지 중소기업을 직접 지원한다.

앞으로 국제환경의 변화는 더욱 빨라져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 즉 민첩성 유연성 창의성 결속력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21세기에 적극 대비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체제를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지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