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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총재회담 조건없이

입력 | 1999-01-26 19:10:00


여야가 총재회담을 추진한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여당은 단독 경제청문회를, 야당은 장외투쟁을 강행하고 설상가상으로 지역갈등마저 불거져 정치가 이미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더구나 경제가 바닥을 벗어날까 말까 하는 터에 여야는 대결로만 치달아 경제회복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최대한 빨리 만나 정치를 정상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하면서 던진 충고는 엄중하다. S&P는 건설적 노사관계가 유지되고 여야관계가 ‘반목과 내분’으로 일탈하지 않아야 신용등급이 더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다시 망설이는 것도 주로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여야협력과 정치안정을 이루어야 할 최고책임자는 바로 김대통령과 이총재다. 만약 정치가 혼미를 계속해 경제에 더 이상 악영향을 끼친다면 두 사람은 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총재회담에 이런저런 조건을 걸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야당은 총재회담을 제의하면서도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 의혹에 대한 김대통령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총재회담을 수용하면서도 사과는 거부했다. 여당은 야당에 장외투쟁을 먼저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야당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총재회담을 둘러싸고 조건부 제의와 조건부 수용으로 응수하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모처럼 조성되려는 대화국면이 조건다툼 때문에 또 망가진다면 여야대립은 더욱 굳어지고 정치와 경제는 훨씬 깊은 수렁으로 굴러떨어질 것이 뻔하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조건없이 만나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김대통령이 야당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김대통령이 집권 1년만에 중대한 시련에 직면한 최대이유는 여야간의 알력이며 그 원인은 김대통령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총재 또한 투쟁일변도의 대여(對與)전략을 재고해야 옳다. 지금 다수 국민이 원하는 야당의 역할은 무제한 투쟁이 아니라 건설적 비판이다.

차제에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총재회담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점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당시 두 사람은 상호존중과 협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협의체 운영, 개혁과 민생 안건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여야 공동 경제청문회 실시, 지역갈등극복을위한공동노력을다짐했으나 하나도이행되지않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 총재회담에 다시 기대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한 심경을 두 사람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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