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이 그럴까. 작달막한 키에 다부진 체구, 감색 경찰복 어깨에 놓인 무궁화 네개. 1백81명의 경찰을 수하에 거느린 김강자(金康子·54)옥천경찰서장의 모습은 당당했다.
“그거면 강간죄가 성립되죠.”
입에 올리기 거북한 언어들이 김서장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나온다. 그는 46∼57년 청소년 부녀자 범죄를 전담하던 ‘여자경찰서’의 여서장이후 최초의 여자 경찰서장이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6개월여동안 가족들이 있는 서울집에 다녀온 것은 여름휴가와 출장때뿐. 충북 옥천읍내 경찰서가 그의 일터이자 집이다.
매일 아침8시반 파출소장들의 보고를 받기 시작해 밤11시 관내 순시를 끝내고 자정이 넘어서야 그는 경찰서뒤 관사로 들어간다.
옥천경찰서는 최근 민생치안활동 평가에서 충북도내 11개 경찰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김서장이 한밤중에도 파출소를 순시하고 부하들에게 모의훈련 사격연습 등을 닦달했기 때문이다.
부임한지 한달만에 ‘티켓다방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그는 지금도 소신에 변함이 없다. “업주들이 생계를 위협한다며 항의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한 일이 다방뿐입니까. 농촌에는 얼마나 일손이 부족합니까.” 지역 유지들의 항의는 또다른 복병이었다.
“‘티켓과의 전쟁’운운하니 마치 옥천이 윤락천국인 것처럼 보이지 않느냐”는 것. 여성단체에 호소해 유지들을 설득하는 것도 김서장의 몫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암암리에 티켓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김서장도 시인한다. “딸같은 여자들을 옆에 앉혀야만 술맛이 나는 남자들의 의식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김서장은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경찰청 민원실장 시절 낮에는 민원실 근무, 밤에는 범인 검거로 여경에 대한 인식을 바꿨고, 노원경찰서 방범과장 시절에는 오전3∼6시에 파출소를 순시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해온 그였다.
“옥천에서는 부드럽게 하려고 합니다. 서울에서와 달리 조용하게, 오순도순 살뜰하게 경찰서를 이끌고 싶습니다.”
〈옥천〓신연수기자〉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