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부터 세계경제를 불안에 빠지게 한 브라질 금융위기는 미나스제라이스 주정부가 7일 중앙정부에 “부채상환을 못하겠다”며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한 데서 시작됐다.
카르도수 현 대통령과 그의 라이벌로 전직 대통령인 프랑코 주지사의 갈등이 빚어낸 이 ‘국내적 사건’은 당초 국제금융시장에 직접 타격을 줄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라토리엄 때문에 브라질의 경제개혁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외국자본들이 앞다퉈 브라질을 빠져나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여기에 심리적 공황(패닉)현상이 가세하면서 주가와 화폐가치의 폭락으로 번지자 브라질은 중앙은행총재를 경질하고 레알화를 평가절하하는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결국 전세계 금융불안으로 이어졌다.
세계가 한 지붕 밑인 세계화 시대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로 정쟁(政爭)이 나라와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부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의 정치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정책실패의 원인과 교훈을 찾아내야할 환란청문회가 여야간 정쟁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전문가들은 이를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태국은 확실히 다른 길을 걸었다. 태국은 국내외 학자와 전문가 관계공무원들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환란의 원인을 규명하고 종합보고서를 내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가 의회의 양해를 얻어 발주한 사업이었다.
‘바트 피아스코(바트화의 대실패)’라는 이 보고서는 태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전문가들의 필독서가 될만큼 충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브라질의 길과 태국의 길. ‘정치권의 총체적 능력’이 국가의 장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허승호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