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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마저 불법복제라니

입력 | 1999-01-18 18:58:00


정부기관이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 정부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됐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태반이 중소기업인 소프트웨어 업체를 지원해야 할 중소기업청조차 불법복제품을 사용했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런 기관에서 어떻게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겠는가.

정부예산에는 원래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이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16개 기관은 그 예산을 하드웨어 구입에 쓰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시중에서 불법복제한 것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구입비용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변명할지 모르나 그렇다고 불법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기관 가운데 임의로 몇군데를 골라서 표본조사를 한 것이 이 모양이니 전면적으로 뒤졌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한마디로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나라에 소문이 날까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우리나라 워드프로세서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글이 불법복제 때문에 경영난을 맞아 외국업체로 팔려나갈 뻔했던 것이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범국민적 글살리기 운동이 벌어져 이 소프트웨어를 국내업체가 다시 개발키로 했었다. 이런 판에 정부기관마저 이런 식이라면 살아 남을 소프트웨어 업체가 어디 있겠는가. 불법에 앞장선 정부가 불법복제를 단속한다면 누가 승복하겠는가.

불법복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적발된 정부기관에 대해서부터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현행 친고죄로 되어 있는 처벌법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벤처기업 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척박한 시장풍토가 개선되고 소비자의 의식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민간부문에서 불법복제를 단속하려면 우선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다가오는 21세기 우리나라 산업의 큰 축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벤처기업들의 몫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자본 고수익이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창의정신이 소중한 자산이다. 그 산물인 지적재산권에 대해 사회가 가치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면 벤처기업은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없게 된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함으로써 벤처기업인들의 의욕을 살려주어야 한다. 이 일에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옳다. 문제된 불법복제품들을 속히 정품으로 대체해야 한다. 경제 전체를 생각하더라도 그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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