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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PO2차전]벼랑끝 현대 구한 김병지

입력 | 1998-10-25 09:15:00


경기 종료 5분 전 1대0으로 앞서다 포항 스틸러스의 박태하에게 동점골을 내준 울산 현대는 벼랑끝에 몰렸다. 1차전을 2대3으로 패해 이대로 비기면 대망의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전광판의 시계는 멈춰섰다. 이제 남은 건 로스타임뿐….

이 때 돌연 골키퍼 김병지가 골문을 박차고 나섰다. 골문을 텅 비워 놓은 채 그가 달려간 곳은 포항 골지역.

공격자 수를 늘려 팀이 얻은 프리킥 공격을 살려보겠다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종료 직전 김현석이 왼쪽에서 골문 정면으로 올려준 볼. 문전에 포진한 김병지는 모여든 십수명의 양팀 선수 사이에서 솟구쳐 오르며 볼을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넣었다.

프로축구 16년사에서 가장 극적이며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이었다.

김병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연장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현대가 2대1로 이겨 1승1패로 들어간 승부차기.

그는 포항의 첫번째 키커 고정운의 킥을 몸을 날리며 막아 승리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것. 뒤이은 포항의 두번째 키커 백승철마저 김병지가 버티고 서자 그만 긴장한 나머지 실축하고 말았다.

소년의 집과 금성산전, 상무를 거쳐 프로 현대에 입단한 지 6년째를 맞는 김병지는 “항상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경기에 임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왔다”며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산〓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