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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쉼터/용주사 융건능]사도세자 넋 모신 곳

입력 | 1998-10-15 19:43:00


아비가 자식의 손가락까지 잘라서 파는 세상. 눈이 시게 푸른 하늘을 쳐다보노라면 어쩌다 이지경에까지 이르는 세상에 살게 됐는지 부끄러워진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했던가. 아버지와 아들간에도 ‘친애’라는 도(道)를 세운 선조들인데…. 이 가을 맑은 공기만큼 선조들의 효심을 투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기 화성군 태안면 용주사(龍珠寺)와 융건능(隆健陵)일대. 가을 한나절 아이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편히 누일 쉼터가 넉넉한 곳이다.

용주사는 뒤주 속에 갇혀 굶어 죽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아들인 정조(正祖)가 1790년 창건한 절. 비록 산사(山寺)는 아니지만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경내에는 만추(晩秋)의 고즈넉함이 배어있다.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시는 은혜’를 담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아이들 손 꼭잡고 읽어주며 그 의미를 함께 곱씹어 볼만한 곳이다.

용주사에서 1.5㎞가량 떨어진 융건능은 정조가 한달이 멀다하고 자주 찾던 곳. 25만평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넓은 묘역의 잔디위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도시락을 맛보는 재미도 이 가을에 느껴보자.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속에서 간간이 들리는 꿩 울음소리는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한양서 2백리길을 달려와 능주위의 송충을 이빨로 깨물어 죽였다는 정조의 효심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보통리 저수지와 라비돌리조트(0339―352―7150)쪽으로 향한다.

수원대방향 길가에 열차 2량을 붙여 만든 ‘기차여행’(0331―223―7788)이라는 카페에서는 하루종일 라이브연주를 즐길 수 있다. 보통리저수지 바로 옆에는 영양밥 등 맛난 한식에 피아노연주가 깔리는 ‘샘이 기픈 물’(0339―353―7186)이라는 곳도 있다. 그린피아호텔옆의 주말농장(0331―222―1995)은 단체야유회장으로 적합하다.

오가는 길 벼베기 직전 들녘에서의 메뚜기잡이는 이번 나들이의 덤이다.

〈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오산IC로 나와 우회전해 1번국도를 타고 수원 쪽으로 10㎞가량 달리다가 수원대와 라비돌CC 방향으로 간다. 경수산업도로를타고 오산방향으로 가다가 병점에서 진입하거나 수원역에서 오산방향으로 난 지방도를 10㎞가량 따라가다 보면 용주사 라비돌 남수원CC 팻말을 만난다. 용주사 0331―234―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