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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초고속 상승」…기업-금융기관 『무조건 사자』

입력 | 1998-09-15 19:42:00


외환시장이 불안하다. 달러화 수요가 크게 늘면서 달러값이 연일 뛰자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매수세도 등장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걱정한다.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단 확보한 달러를 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달러화 수요증가 공급부족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

▼환율 왜 오르나〓달러화가 필요한 곳이 많아졌다. 기업체는 외채상환을 위해, 인수은행은 만기가 돌아온 퇴출은행의 외채상환을 위해 달러화가 필요하다. 또 재정차관 상환부담도 만만치않다.

최근에는 환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수세와 환율 상승에 대비한 가수요까지 등장하는 등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

정부는 9∼12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기업과 공공부문을 합해 약 70억달러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외환딜러들은 “숨겨진 기업 외채가 상당액이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외채상환을 위한 기업체 수요가 이달에만 20억달러에 이르고 연말까지 7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추산한다.

포철 등 내로라하는 우량업체마저 외채 만기연장을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기업의 달러확보전은 가히 필사적이라는 설명이다.

수출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 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외화조달 수단이 없는 가운데 최근에는 수출시장마저 무너질 조짐이어서 원화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욱 강세를 띄고 있다.

▼어떤 부작용이 있나〓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기업체와 금융기관의 외채 상환부담이 커져 경영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되고 대외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금리상승 주가폭락 등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켜 잠잠하던 기업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전문가들은 “현재 환율수준이 높거나 낮아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이 단기급등해 기업들이 향후 경영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망〓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측은 달러당 1천4백50∼1천5백원 정도가 돼야 팔겠다는 입장인 반면 달러화가 급히 필요한 매수대열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업체는 결제시기를 되도록이면 앞당기고 수출업체는 벌어들인 외화를 기왕이면 늦게 환전하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개인들도 자산의 일부를 달러화로 보유하려는 성향이 농후해지고 있다.

달러화 사재기라도 일어나면 환율은 초고속 스피드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가수요에 의해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외환당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이같은 경고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환율의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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