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를 탄 항일영웅’ 김경천(金擎天·본명 김광서·金光瑞)장군. 시베리아의 전설적인 기병대장으로 이름을 떨치다 54세때인 1944년 구소련 감옥에서 옥사한 그가 건국 50주년만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15일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는다.
그는 만주와 연해주지역을 중심으로 무장독립투쟁을 이끌었다.
독립운동이 한창 치열하던 1919∼1922년 시베리아 설원에서 백마를 타고 ‘김경천 기병부대’를 지휘하면서 일본군을 섬멸했던 항일영웅이다. 사학계에서는 김경천의 전설적인 무장투쟁 궤적이 북한의 김일성(金日成)일파에 의해 도용돼 ‘김일성 장군’의 원형(原型)으로 그려졌다고 보기도 한다.
당시 그의 활약상은 동아일보 1923년 7월29일자에 한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되기도 했다. ‘氷雪(빙설)쌓인 西伯利亞(시베리아)에서 홍백(紅白)전쟁한 실지(實地)경험담’이라는 제목으로 된 당시의 기사는 ‘俄領朝鮮人(러시아령 조선인)金擎天’의 기고문 형식으로 되어있다. 시베리아에서 일본군을 섬멸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하는 내용.
1888년 서울 종로에서 출생한 그는 1912년 일본 육사 기병과를 졸업한 뒤 중위로 근무하다 1919년 병가를 얻어 귀향했다가 만주로 망명한다. 그는 곧 신흥무관학교 교관이 되어 독립군 간부를 양성했다. 이듬해 연해주로 건너가 혈성단 고려혁명군 지도자로 일본군 및 러시아 백군과 맞서싸우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는 1922년 10월 일본군이 시베리아 지역에서 철수하자 그때까지 독립과 혁명운동을 함께 하던 러시아 적군에 의해 무장해제를 당했다. 그는 37년 카자흐로 강제이주돼 집단농장에서 평범한 작업원으로 일하다 민족주의자라는 이유로 39년 체포된다. 그리고 42년 구소련 북동쪽의 러시아 북동부 아르헹겔스주 감옥에서 최후를 마친다. 그러나 그는 스탈린이 죽은 뒤인 59년 모스크바 군법회의를 통해 사후에 복권됐다.
그가 이번에 위대한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것은 95년경 러시아로 유학간 감사원의 정창영 감사관이 모스크바대 등에서 자료를 발굴해냈기 때문. 정감사관은 또 김장군의 유족 막내딸 지희씨(70)와 막내아들 기범씨(67)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김장군의 유족인 지희씨와 기범씨는 보훈처의 초청으로 1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15일 아버지의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을 예정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