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정보(데이터)경쟁의 시대다.
세계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는 각종 정보를 끌어모아 경영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유통사업은 특히 그렇다.
미국의 유통전문회사 월마트. 1962년 미국 아칸사스주의 한 상점에서 출발해 지금은 2천9백개의 매장에서 60만명의 종업원이 한해 1천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미국최대의 규모의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매장마다 주요 고객층의 수요를 신속히 파악해 매출을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월마트가 내세우고 있는 비장의 무기는 데이터웨어하우징(DW)이라는 최신 컴퓨터 경영기법. 데이터를 가공처리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라도 볼 수 있게 하는 정보기술이다.
DW란 기업내 흩어져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손쉽게 접근, 종업원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월마트의 DW는 각종 기업정보를 최종 사용자가 쉽게 활용함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유도하도록 하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겉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데이터라도 그안에 숨어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 기업 경영 활동에 활용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데이터 기법인 것이다.
예를 들면 비오는 날 빨간 립스팁보다 자주빛 립스틱이 더 많이 팔리고 중년여성들보다는 20대 여성들이 더 많이 찾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럴 경우 백화점은 장마철이 오기 전에 자주빛 립스틱, 특히 중년여성보다 지갑에 돈이 적은 20대 대상의 저가 립스틱을 진열해 놓으면 매출이 늘어나게 마련.
또 정장을 입은 사람과 입지 않은 사람중 누가 더 많이 아이스크림을 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도 데이터웨어하우징을 활용한다. 즉, 정장과 아이스크림처럼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듯 보이는 자료들 사이에서 어떤 상관관계를 찾아내준다는 것.
이런 정보는 평소 고객의 구매행태에 대한 정보를 입력해 둬야 얻을 수 있다. 어느 연령대의 고객이 어떤 날, 어떤 제품을 구입하는 지에 대한 각종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야 전체적인 ‘경향’을 도출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는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매출증대에 도움을 준다. 세세한 정보란 새로 옷을 산 고객이 립스틱도 하나 더 산다든가 식료품 구매가 많은 날 양말, 속옷 등 의류소품 소비도 늘어난다는 등의 연관소비나 구매과정에 대한 정보를 뜻한다.
월마트의 DW시스템은 낮시간동안 매장의 카드계산대를 거쳐 지나간 상품과 신용카드 정보를 밤새 분류해 항목대로 뽑아놓는 작업을 한다. 월마트가 자랑하는 것은 그동안 매장의 계산대를 거쳐 지나간 상품판매 고객정보를 모은 7.5테라7.5조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다. 처음엔 상품의 구입과 판매시점에 관한 정보뿐이었지만 지금은 재고량 수요예측 예상수익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렇게 뽑아올린 정보를 이용해 경영층은 신속한 정책결정을 할 수 있다. 마케팅이나 고객관리 서비스부서에서는 이를 이용해 매출 확대와 함께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때 공급해줌으로써 재고부담을 줄이고 매출은 늘리는 것이 유통에선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월마트의 랜디 모트 부사장은 “DW구축으로 고객중심의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며 “재고량 감소에 따른 영업손실 방지, 신규 영업기회 포착, 정보산출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DW는 비단 백화점 도매업체 등 유통업체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유통업체에게는 고객들의 구매행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재고를 적절하게 관리해주는 ‘매출관리 소프트웨어’이고 제조업체에게는 매출에 따른 원료나 제조량 등을 관리하는 ‘제조관리 소프트웨어’ 이다.
DW는 쓰레기처럼 쌓여있는 데이터 더미에서 금을 캐는 것에 비유된다. 이 경향은 주변환경과 주고객층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때문에 단순히 다른 곳의 경향을 그대로 따라하면 실패하기 쉽다.
미국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시어즈 역시 매장별로 매일 발생하는 매출정보를 백화점의 컴퓨터시스템에 입력해 놓으면 밤사이 컴퓨터가 정보의 상관관계를 해독해 다음날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어떤 위치에 배치해 놓을 것인지 알려준다. 이 회사는 94년 DW를 처음 도입한지 1년만에 수익률이 20% 증가하는 효험을 봤다.
DW는 지금까지 유통업체나 제조업체들이 여론조사전문기관에 구매경향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 오던 것과는 달리 각 업체가 ‘업체만의 여론조사결과’를 갖게 해준다. DW를 통한 경향분석은 실제 구매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보다 현실성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보통신관련 전문리서치업체인 IDC에 따르면 DW를 도입한 회사들은 2, 3년만에 투자액의 400% 이상을 회수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샌디에이고〓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