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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영아원 백신시험]자원자 없는 현실 고려를

입력 | 1998-05-25 07:20:00


94년 일본에서 수입한 일본뇌염 사(死)백신을 접종하고 2명의 소아가 사망한 사건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급기야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피해보상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질병관리센터는 기존 사백신이 뇌증이나 뇌척수막염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난 20여년간 중국과 미국 록펠러재단은 일본뇌염 생(生)백신을 연구했으며 89년부터 중국정부는 1∼6세 소아들에게 생백신을 접종해왔다. 최근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록펠러재단, 중국화서의과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 결과 생백신이 일본산 사백신보다 안전성과 효율성면에서 우수하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국내에 새로운 백신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약사법에 의거한 최소한의 임상시험이 필요하며 이는 일반인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의 경우 사회적 참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백신의 효과를 평가한 다수의 논문이 보육원이나 특수보호시설의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백신 임상시험이 의학적 학술적 사회적 요구에 의해 공개적으로 실시됐음을 밝히는 것으로 이미 관련 당국과 의학계는 보육원이나 특수보호시설에서의 백신 임상시험의 불가피성을 인지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보육원이나 특수보호시설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백신 임상시험이 보고되고 있다.

이번에 영유아원생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신약을 평가하는 생체실험이 아니고 이미 10년 동안 1억명이상의 중국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접종해온 백신을 접종한 후 항체검사를 한 것으로, 위험한 약물의 임상시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이번에 사회 정서가 보여주었듯이 영유아나 보육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앞으로 계속해서는 안될 것같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적극 참여가 없는 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백신 도입 관련 임상시험은 어려울 것이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정부와 학계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손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