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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民生 국회」…구내방송 30분만에 60명출석

입력 | 1998-05-12 19:24:00


“회의시간이 됐습니다. 의원여러분 회의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실업대책 등 민생 현안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12일 오후2시반 국회 본회의장은 텅비어 있었다.

회의시작을 알리는 구내 방송이 계속 반복됐으나 그 시각 의원회관에서는 바둑을 두거나 ‘6·4’지방선거 공천문제로 지역구 인사들을 만나는 의원들이 많았다. 일부는 의사당앞에서 지방선거 출마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30분 가까이 구내방송이 계속된 뒤에야 60명 가량의 여야의원들이 참석, 개의정족수인 59명을 가까스로 넘겨 회의가 속개됐지만 맥빠진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무위원들이 오전에 진행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나섰으나 의석에서는 잡담을 나누거나 조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고 일부는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의원들의 질문이 진행될 때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체의원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90여명의 의원들만이 본회의에 참석했고 특히 자민련은 대정부질문에 나선 의원 2명을 포함, 6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자민련소속 의원들이 원내사령탑인 구천서(具天書)총무와 함께 이날 열린 충북지사 후보선출대회에 대거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은 오전 본회의 시작전 “오늘 조간신문에 텅빈 의석사진이 나왔는데 이래 가지고서야 국민에게 얼굴을 들겠느냐. 최소한 의결정족수는 채워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11일에도 본회의 참석의원이 80명 안팎을 오르내렸고 오후에는 60명을 밑돌 때도 있었다. 또 대정부질문을 한 의원들조차 정부답변때 자리를 비우자 김의장은 “제발 국민의 시선을 생각해 자리를 채워 달라. 질의 의원이 자리를 비우는 것만은 피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독의원협회 초청으로 국회를 찾아 본회의를 방청한 독일의원 7명을 수행했던 국회관계자는 “낯이 너무 뜨거웠다”고 말했다.

정부측 관계자들은 “실업사태 등 국가적 중대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민생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마디씩 했다.

〈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