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李順子)씨가 음력 12월 초하루 법회에 참석, 석방후 처음으로 대중 연설을 했다. 『본인의 사면복권을 위해 힘써 주신 주지스님과 신도회 불자여러분께 감사한다』고 운을 뗀 전씨는 교도소에서 깨달은 「자신을 위해 남을 미워하지 않고 참는 법」에 대해 10여분간 특유의 입담으로 설법을 했다. 『2년동안 교도소의 조그만 방에 갇혀 있을 때 처음에는 천불이 나고 답답했다. 그러나 나를 해친 사람을 아무리 미워해도 그 사람은 내가 미워하는 사실을 모르고 쌩쌩하게 돌아다니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씨는 『백담사에 1년8개월 동안 있으면서 배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란 말을 되새겨보고 모든 것을 내탓으로 돌리니 가슴속의 뜨거운 것이 조금 내려갔다』고 말했다. 전씨는 『가슴속에 뜨거운 것을 그대로 담아두면 「암」이 생겨 자신의 건강만 해칠 뿐』이라고 강조했다. 출소 당시 개선장군과 같은 모습을 보였던 전씨는 이날도 5.18광주민주항쟁이나 비자금사건 등 자신의 「전비(前非)」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이고 자신을 교도소로 보낸 사람은 「나를 해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전씨는 이날 대웅전을 가득 메운 5백여 신도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30여분간 기도를 드리는 전씨 부부 앞에는 삼배(三拜)의 예를 바치는 신도들이 끊이지 않았다.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부처님 앞에 서서 설법을 펼치는 전씨는 어느덧 「불행한 일을 참고 이겨낸 생불(生佛)」대접을 받고 있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