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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여론조사에 나타난 쟁점들]책임론…재협상론…死票論

입력 | 1997-12-18 21:37:00


몇개월간에 걸친 사실상의 대선기간에 수많은 쟁점들이 명멸(明滅)을 거듭했지만 막판에는 경제파탄 책임론 및 국제통화기금(IMF)재협상 논란으로 귀착했다. 15일 실시한 동아일보와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응답자의 62%가 IMF와 관련한 책임론과 재협상 논쟁을 들었다. 특히 이회창후보와 김대중후보간의 물고 물리는 공방이 치열했다. 경제파탄 책임론은 이회창후보에게 초반 악재로 작용했다. 이회창후보는 「청와대의 국민신당 지원설」과 민주당과의 연대에 힘입어 후보등록 직전 이인제후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보의 상승세는 11월말부터 불어닥친 경제 한파(寒波) 때문에 제동이 걸렸으며 『한나라당이 경제파탄의 주범』이라는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의 협공으로 IMF 구제금융신청(3일)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김대중후보가 7일 TV합동토론회에서 『치욕적인 IMF와의 합의내용에 대해 「재협상」하겠다』고 하자 한나라당은 『김후보의 재협상 발언이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외환위기를 가중하고 있다』며 반격, 만회의 계기를 잡았다. 김후보는 『재협상은 「추가협상」이라는 뜻이며 IMF와의 합의를 지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이회창후보측은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면서 「안정이냐, 혼란이냐」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후보를 몰아붙였다. 이회창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시비는 7월말 이후부터 대선까지 끈질기게 이후보를 괴롭혔다. 이인제후보는 『차남 수연씨가 키를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은 의혹이 있다』며 『모든 병역의혹이 해소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가 이회창후보측과 사퇴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한 병무청 직원이 9일 이회창후보 장남 정연씨의 고의감량에 의한 면제를 주장하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김대중 이인제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는 등 맞불작전을 폈다. 이 때문인지 15일의 여론조사에서 「병역시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색깔시비는 김후보의 지지율을 정체시킨 쟁점으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병역공방」에 대해 「건강공방」으로 맞섰으며 월북한 오익제(吳益濟)전천도교교령의 서신을 근거로 집요하게 사상문제를 건드렸다. 그러나 이들 쟁점 때문에 김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 같지는 않다. 이회창 이인제후보는 막판에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 『이인제를 찍으면 이인제가 된다』며 「사표론(死票論)」공방을 벌였다. 또 계량화(計量化)는 어려우나 중앙일보의 이회창후보 지원설, 한나라당의 명동사채시장 자금 유입시도 등 폭로전도 다소간의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실명제 논란은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선 이후로 처리를 미룬 탓인지 쟁점으로 부상하지는 않았다. 선거운동개시전 김후보의 비자금 폭로는 이회창후보에게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됐으며 내각제 논란도 꾸준한 시비거리였다. 〈정용관기자〉